다이어트 부모님: 살 빼는 계절, 가족의 무게
어머니가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내 심장은 멈춘다. 어제 밤 몰래 숨겨둔 치즈케이크를 발견할까 봐서가 아니라, 어머니가 또다시 본인의 몸을 원망하는 말을 내뱉을까 두려워서다.
"오늘부터 진짜 다이어트 시작이다." 아버지는 매일 아침 거울 앞에서 배를 두드리며 같은 말을 되풀이한다. 20년째 시작만 하는 다이어트. 그런 아버지의 뱃살은 내 기억 속에서 항상 같은 크기였다. 부모님의 다이어트 선언은 우리 집의 사계절처럼 주기적으로 찾아왔다 사라졌다.
부모님이 새로운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시작한 날, 아버지는 거실 한가운데 러닝머신을 들여놓았다. 어머니는 냉장고를 정리하며 인스턴트와 과자, 탄수화물을 모두 쓰레기통에 던졌다. 그날 저녁, 나는 삶은 닭가슴살과 채소 샐러드를 앞에 두고 한숨을 내쉬었다.
"다이어트는 가족 전체가 함께해야 성공한다고 TV에서 그랬어." 어머니의 말에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 마른 체형이 무색하게, 나도 부모님의 다이어트에 동참하는 희생양이 되었다.
일주일이 지났을 때, 러닝머신은 빨래 건조대로 변신했고, 냉장고에는 다시 아이스크림과 콜라가 채워졌다. 저녁 식탁에 올라온 짜장면을 보며 어머니는 "내일부터 진짜 시작"이라고 말했고, 아버지는 그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밤, 우연히 부엌에서 야식을 먹고 있는 부모님을 발견했다. 그들의 얼굴엔 어린아이 같은 즐거움이 가득했다. 죄책감도 잠시, 라면 국물을 나누어 마시며 그들은 행복해 보였다. 그 순간 깨달았다. 부모님에게 다이어트란 살을 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서로를 웃게 만드는 하나의 의식이었다.
"엄마, 아빠, 괜찮아요. 그냥 있는 그대로가 좋아요." 내 말에 부모님은 잠시 놀란 눈빛을 보이다가 수줍게 웃었다.
"그래도 내일부터는 진짜 시작이야." 아버지의 말에 우리 세 사람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거실 한구석에 처박힌 러닝머신 위에, 어머니의 다이어트 책 아래에, 아버지의 허리 줄자 속에 우리 가족의 행복이 숨어 있었다. 때로는 살을 빼는 것보다, 함께 웃으며 먹는 저녁 식사가 더 건강한 일이라는 것을 그날 밤 나는 배웠다. 다이어트는 실패했지만, 우리 가족은 무엇보다 단단해졌다. 어쩌면 부모님은 그것을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