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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썸타기

다이어트의 썸타기: 나와 나 사이의 위험한 관계

체중계 위에 올라서는 순간, 그녀는 또다시 배신당했다. 1.5kg 증가. 미나는 욕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노려보았다. 다이어트와 그녀는 5년째 썸을 타고 있었다. 진지한 관계가 될 듯 말 듯, 끝날 듯 말 듯, 그런 관계였다.

"오늘부터 진짜 시작이야." 미나는 매일 아침 같은 말을 중얼거렸다. 냉장고에서 꺼낸 샐러드 위로 드레싱을 최소한으로 뿌리며, 그녀는 오늘의 결심을 다졌다. 핸드폰 알림음이 울렸다. 지훈이었다. "오늘 저녁에 시간 있어? 새로 생긴 파스타 맛집 가보자." 미나의 손가락이 멈칫했다. 다이어트와의 썸, 지훈과의 썸, 두 가지 썸 사이에서 그녀는 또다시 갈등했다.

미나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봄비가 내리는 풍경이 그녀의 마음처럼 흐릿했다. 드레싱으로 번들거리는 채소를 입에 넣으며 그녀는 생각했다. '다이어트와 나, 이건 썸이 아니라 독점적 연애관계야. 그것도 최악의.' 다이어트는 미나에게 질투심 강한 연인과 같았다. 다른 음식들과 눈 마주치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미나야, 넌 예뻐. 지금 그대로도." 지난주 지훈이 불쑥 던진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샐러드를 씹는 동안 미나는 그 말의 진정성을 의심했다. 어쩌면 그것은 모든 여자들이 듣고 싶어하는 클리셰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스타의 유혹과 다이어트의 굴레 사이에서, 미나는 문득 깨달았다. 그녀가 진정으로 썸을 타고 있는 대상은 다이어트도, 지훈도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미나는 결심했다. "알았어, 8시에 보자."라고 답장을 보냈다. 그리고 나서 체중계를 들어 옷장 깊숙한 곳에 넣었다. 거울 앞에 서서 미나는 처음으로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았다. 둥근 볼, 말랑한 허벅지, 그리고 부드러운 곡선의 몸. 이것이 미나였다. 완벽하지 않지만, 충분히 사랑받을 만한.

저녁, 파스타 레스토랑에서 미나는 지훈과 마주 앉았다. 그녀는 메뉴판을 열고 크림 파스타를 주문했다. 다이어트와의 썸은 잠시 보류하기로 했다. 크림 소스가 입안에서 녹아내리는 순간, 미나는 다이어트와의 관계가 건강하지 않았음을 인정했다. 썸은 즐거워야 하는데, 그녀와 다이어트 사이에는 즐거움보다 강박이 더 컸다.

"맛있어?" 지훈이 물었다. 미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미나는 깨달았다. 진정한 연애는 상대를 바꾸려 하지 않는 것이라고. 다이어트는 늘 그녀를 다른 사람으로 만들려 했지만, 오늘 밤 지훈의 눈빛은 있는 그대로의 그녀를 담고 있었다.

레스토랑을 나서며 미나는 문득 멈춰 서서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별들이 반짝이는 하늘 아래, 그녀는 자신과의 썸이 끝나고 진짜 연애가 시작되는 것을 느꼈다. 다음 날 아침, 체중계는 여전히 옷장 속에 있었고, 미나의 핸드폰에는 지훈의 메시지가 와 있었다. "어제 네가 웃는 모습이 참 예뻤어." 미나는 웃었다. 어쩌면 다이어트보다 더 설레는 썸이 시작된 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