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의 여름: 내가 녹아내린 계절
여름이 시작되던 날, 체중계가 내게 선전포고를 했다. 비웃는 듯한 디지털 숫자가 작년보다 정확히 8kg 늘어난 수치를 깜박거렸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 그날부터 나는 '여름 다이어트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전쟁을 선포했다.
아침은 프로틴 셰이크로 시작했다. 차갑게 갈린 얼음 조각들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갈 때마다 나는 내 몸에서 녹아내릴 지방을 상상했다. 점심은 닭가슴살 샐러드, 저녁은 생략. 처음 일주일은 고문이었다. 에어컨 바람이 불어오는 사무실에서도 내 배는 끊임없이 울부짖었고, 머릿속에선 치킨과 아이스크림의 환영이 춤을 췄다.
한여름 아스팔트처럼 뜨겁게 달궈진 운동장을 달릴 때면, 내 몸에서 흘러내리는 땀방울이 지방 덩어리를 끌고 가는 것만 같았다. "괜찮아, 녹는 건 지방이야, 지방"이라고 속삭이는 유튜브 피트니스 강사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정말 그런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렇게 믿는 게 나았다.
7월 중순, 거울 속 내 모습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턱선이 드러나고, 허리는 가늘어졌다. 옷장 깊숙이 처박아 두었던 바지들이 다시 몸에 맞기 시작했다. 그때 친구들과의 바비큐 파티 초대장이 도착했다. "다이어트 중이라 안 갈게"라고 문자를 쓰다가 지웠다. 인생은 균형이라고, 나는 나를 설득했다.
파티에서 맥주 한 잔, 삼겹살 한 점, 아이스크림 한 스쿱은 금세 다섯 잔, 여섯 점, 세 스쿱이 되었다. 그날 밤, 팽창한 배를 부여잡고 천장을 바라보며 후회했다. 다음 날 체중계에 올라가길 두 번 망설였지만, 결국 용기를 내어 올라갔다. 놀랍게도 체중은 오히려 전날보다 줄어 있었다.
"어떻게 가능하지?" 나는 의아했다. 그때 문득 깨달았다. 두 달간의 고행이 내 몸을 바꾸어놓은 것이다. 단 하루의 일탈로 무너질 만큼 나약한 변화가 아니었다. 나의 다이어트는 체중 감량이 아닌, 생활 습관의 변화였던 것이다.
8월의 마지막 주말, 해변에서 물놀이를 하며 나는 두려움 없이 티셔츠를 벗었다. 완벽한 몸매는 아니었지만, 자신감은 살이 찌고 빠지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였다. 차가운 파도가 내 몸을 휘감을 때, 나는 지난 여름과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여름이 끝나갈 무렵, 나는 다이어트 일기의 마지막 페이지에 이렇게 적었다. "체중계에 올라서기 전에 내가 알아야 했던 것: 다이어트의 목표는 체중 감량이 아니라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힘을 키우는 것." 창밖으로 가을의 첫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내 안의 여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