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여친: 열 개의 사과와 한 개의 진실
그녀를 처음 만난 건 지하철 1호선에서였다. 그녀는 사과 하나를 손에 쥐고 있었고, 나는 그 붉은 색에 시선을 빼앗겼다. "혹시 백설공주세요?" 우스갯소리로 건넨 말이 우리의 첫 대화였다. 그녀의 웃음소리는 맑은 종소리 같았고, 우리는 그렇게 데이트를 시작했다.
미연은 항상 사과를 가지고 다녔다. 처음엔 귀여운 습관이라 생각했다. 데이트 중 배가 고프면 꺼내먹는 사과, 카페에서도 커피 대신 가져온 사과를 꺼내 베어 물곤 했다. "다이어트 중이야"라고 말하면서 동그란 눈을 깜빡이던 그녀의 모습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미연의 다이어트는 점점 극단적으로 변해갔다. 저녁 식사 약속에서도 사과 반쪽만 먹고, 나머지는 봉지에 담아 가방에 넣었다. 나는 그녀의 연약해지는 손목과 갈비뼈가 드러나기 시작한 몸을 보며 걱정했지만, 그녀는 내 걱정을 웃음으로 넘겼다. "내 몸은 내가 알아, 괜찮아."
3개월째 되던 날, 미연의 집에 초대받았다. 그녀의 방문을 열자 달콤한 사과 향기가 진하게 풍겼다. 그러나 그것은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다. 향수나 방향제의 향이 아니었다. 벽에는 사과를 먹는 자신의 사진들이 빼곡히 붙어있었고, 침대 아래에는 반쯤 먹다 남긴 사과들이 가득했다. 어떤 것은 이미 썩어가고 있었다.
"이쪽으로 와봐." 미연이 내 손을 잡고 이끌었다. 거실 한쪽 구석에는 커다란 유리병이 있었다. 그 안에는 사과씨가 가득했다. "이건 내가 먹은 모든 사과의 씨야. 하루에 한 개씩, 지금까지 정확히 152개."
나는 그제서야 미연의 방에 거울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신 그녀는 자신의 사진들을 통해 자신을 확인하고 있었다. 매일 찍은 사진들, 첫날부터 오늘까지 점점 마르고 창백해지는 모습들이 시간순으로 정리되어 있었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야. 내가 요리할게." 미연이 말했다. 식탁 위에는 사과 요리만 가득했다. 사과 쥬스, 사과 샐러드, 구운 사과... 그리고 중앙에는 커다란 사과 모양의 케이크가 있었다.
"미연아, 이제 그만하자. 네가 걱정돼." 내 말에 그녀는 처음으로 웃지 않았다.
"사과에는 비밀이 있어. 매일 사과를 먹으면, 의사가 필요 없어. 그리고..." 그녀의 목소리가 갑자기 낮아졌다. "엄마가 그랬어. 사과만 먹으면 예뻐진대. 엄마는 내가 열 살 때부터 날 사과만 먹게 했어."
그날 밤, 나는 미연을 안고 울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우리는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 미연의 가방에는 사과 하나가 있었지만, 이번엔 그것을 먹지 않았다. 대신 병원 앞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녀의 손이 떨렸지만, 내 손을 꼭 잡았다.
지금 미연은 회복 중이다. 가끔 사과를 보면 아직도 손이 떨린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다양한 음식을 맛보기 시작했다. 오늘은 처음으로 피자를 먹었다. 그리고 그 맛에 감탄하며 웃던 그녀의 얼굴에서, 나는 진짜 미연을 보았다. 사과가 아닌, 진짜 삶의 맛을 알아가기 시작한 그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