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영화: 지우개 인생
나는 내 인생에서 총 374kg을 감량했다. 물론 같은 10kg을 37번 반복해서 뺐다는 말이지만.
다이어트를 시작한 그날, 나는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라는 다짐과 함께 거울 앞에 섰다. 주름진 배와 늘어진 팔뚝을 보며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비포' 사진이라고 SNS에서 부르는 것. 그리고 냉장고를 열어 모든 유혹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내 의지는 마치 영화 속 주인공처럼 강렬했다. 적어도 첫 이틀 동안은.
일주일 차, 런닝머신 위에서 내 몸은 흘러내리는 땀방울과 함께 '나'를 조금씩 지워나가고 있었다. 헬스장 벽에 걸린 TV에서는 어떤 영화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주인공은 자신의 존재가 타인의 기억에서 지워지는 현상을 겪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나는 그 주인공에게 깊은 공감을 느꼈다. 다이어트란 게 결국 자신의 일부를 지워가는 과정이니까.
"살 빼기 전의 나는 잊어줘. 그건 내가 아니야." 내가 친구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었다.
3주 차, 체중계가 보여주는 숫자는 -5kg. 나는 기뻤지만, 동시에 불안했다. 이전의 36번의 시도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헬스장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소형 영화관 앞에 멈춰 섰다. '오늘의 상영작: 인생의 편집자'라는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다. 충동적으로 티켓을 구매했다.
영화는 인생에서 지우고 싶은 순간들을 편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남자의 이야기였다. 그는 자신의 실패와 수치스러운 기억들을 지워나갔지만, 결국 자신의 정체성마저 잃어버리게 된다는 내용. 상영이 끝나고 극장을 나오는데, 옆자리에 앉았던 여성이 내게 말을 걸었다.
"당신도 무언가를 지우고 싶으신가요?"
그녀의 눈은 마치 내 영혼을 꿰뚫어 보는 듯했다. 나는 그저 미소로 답했지만, 그 질문은 내 마음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다음 날, 나는 스마트폰에 저장된 모든 '비포' 사진을 열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 사진들 속의 내 모습을 정말로 '보았다'. 웃고 있는 얼굴, 친구들과 함께한 순간들, 행복했던 기억들. 그 모든 것이 내 살과 함께 있었다. 다이어트는 단순히 체중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내 인생의 일부를 편집하는 작업이었던 것이다.
오늘, 나는 37번째 다이어트를 중단했다. 대신 균형 잡힌 식사와 적절한 운동으로 건강한 몸을 만들기로 했다. 그리고 새로운 영화를 찍기 시작했다 - 나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를 담아내는 영화. 어쩌면 우리 모두는 자신의 인생 영화의 감독이자 주인공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진정한 다이어트란, 살을 빼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자기혐오를 지워내는 것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