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GG

다이어트오컬트

다이어트 오컬트: 저주받은 체중계

체중계 위에 올라선 순간, 숫자가 멈추지 않았다. 위로, 위로, 계속해서 올라갔다. 지난밤 먹은 치킨 한 마리가 이렇게까지 무거울 리 없었다. 마침내 숫자가 멈췄을 때, 나는 차가운 땀을 흘렸다. 내 체중이 3kg 늘어 있었다.

"이번엔 진짜 다이어트 시작이다." 매일 아침 되풀이하는 다짐이었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온라인 중고장터에서 발견한 '100% 성공 보장 다이어트 키트'가 집 앞에 도착해 있었다. 무려 150만원. 절박함이 판단력을 흐린 대가였다.

상자를 열자 검은 대리석처럼 보이는 체중계와 주문서가 나왔다. 주문서에는 고딕체로 쓰인 한 줄의 문장만 있었다. "체중계 위에서 당신의 목표와 대가를 선언하라."

어리석게도 나는 웃으며 체중계 위에 올라섰다. "10kg 빼고 싶어. 뭐든 줄게." 체중계가 갑자기 붉은 빛을 발했다. 그리고 디스플레이에 숫자가 아닌 문장이 떠올랐다. '계약 성립'.

다음 날부터 기적이 일어났다. 매일 아침 1kg씩 줄어들었다. 식욕도 사라졌다. 다이어트계의 성배를 찾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일주일째 되던 날, 거울을 보다 나는 비명을 질렀다. 내 그림자가 보이지 않았다.

공포에 질려 체중계 매뉴얼을 다시 찾아보니 작은 글씨로 쓰인 문구가 있었다. "목표 달성의 대가는 당신의 존재감입니다. 10kg 감량 = 존재의 10% 소멸."

몸무게는 줄었지만,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지 못하기 시작했다. 오래된 친구들은 내 전화를 받지 않았고, 가족들은 내가 없는 것처럼 대화했다. 9kg가 줄었을 때, 내 손가락이 점점 투명해졌다.

마지막 날, 나는 체중계를 부수기로 결심했다. 망치를 들고 내려치려는 순간, 체중계가 다시 붉은 빛을 발했다. '계약 파기 = 모든 것의 상실'.

나는 선택해야 했다. 완벽한 몸매와 함께 세상에서 사라지거나, 존재감을 되찾고 다시 살찌우거나. 마지막 1kg을 앞두고, 나는 초콜릿 케이크를 주문했다. 가게 직원이 물었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나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아직 내 이름을 말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지금도 그 체중계는 내 옷장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다. 가끔 야식이 먹고 싶을 때면, 그것이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다시 한번 올라와 볼래? 이번엔 더 완벽하게 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