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자매: 옆방의 거울 속 진실
성희가 다이어트를 시작한 것은 언니가 죽던 날부터였다.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식이 제한과 운동이 나를 지배했다. 언니의 장례식장에서 검은 옷을 입은 친척들이 내게 속삭이던 말, "성희는 참 언니랑 닮았구나, 몸매까지도..." 그 말이 내 귓가에 칼날처럼 박혔다.
언니는 체중 때문에 결국 심장에 무리가 왔다고 의사가 말했다. 비만으로 인한 합병증. 내게는 그저 언니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것처럼 느껴졌다. 살이 많다는 이유로 세상을 떠난다는 게 말이 되는가. 언니의 방을 그대로 둔 채, 나는 다이어트에 미쳐갔다.
오늘도 체중계 위에 올라 숫자와 싸우다 옆방 언니의 방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환청이 아니었다. 가벼운 웃음소리, 침대 매트리스가 움직이는 소리. 처음에는 단순한 바람 소리로 치부했지만, 이제는 확신했다. 언니의 방에서는 매일 밤 소리가 들려왔다.
문득 병적인 호기심이 일었다. 언니의 방 문을 밀어 열었다. 모든 것이 그녀가 떠난 날 그대로였다. 크기 큰 옷들, 커다란 침대, 그리고 벽에 붙은 전신 거울. 그 거울 속에 내가 비쳤다. 근육이 사라진 마른 팔다리, 꺼진 눈, 앙상한 광대뼈. 내가 보는 건 마른 내 모습인데, 거울 속 내 얼굴 표정은 언니처럼 웃고 있었다.
"난 네가 그렇게 될까 봐 두려웠어." 거울 속에서 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가 내 실수를 반복할까 봐."
갑자기 거울 속 내 모습이 변하기 시작했다. 마른 내 몸이 아니라 풍만한 언니의, 건강했던 시절 언니의 모습이 내게 손을 내밀었다. "다이어트가 아니야, 성희야. 건강한 거야. 네 몸을 미워하지 마."
거울 앞에 쓰러져 내 몸을 바라봤다. 처음으로 내 팔의 뼈마디가 보이는 것이 두려웠다. 언니는 비만으로 죽은 게 아니었다. 의사의 말은 "폭식증과 거식증의 반복적 순환으로 인한 심장 마비"였다. 그리고 나는 그 순환의 다른 극단에 서 있었다.
내 손에 들린 언니의 일기장에는 적혀 있었다. "여동생이 나처럼 되지 않게 해주세요." 그 뒤로 수백 번 적힌 다짐들. 그녀가 살면서 가장 두려웠던 것은 내가 그녀의 길을 따라가는 것이었다.
오늘도 내 방 책상 위 달력에는 붉은 색으로 체중 감량 그래프가 그려져 있다. 거울을 들여다보는데, 이상하게도 거울 속 내 얼굴은 웃고 있다. 마치 언니처럼. 그리고 깨달았다, 우리 자매는 항상 서로의 거울이었다는 것을. 이제는 내가 언니의 거울을 깨야 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