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직장: 살 빼는 공간
다이어트 센터의 문이 열렸을 때, 나는 생애 처음으로 내가 하는 일이 어쩌면 비윤리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인기 있는 다이어트 회사 '슬림다운코퍼레이션'의 마케팅 담당자로서 나의 업무는 간단했다. 사람들이 자신의 몸을 충분히 미워하게 만드는 것. 그리고 그 해결책으로 우리 회사의 제품을 제시하는 것.
"김 과장, 새 캠페인 기획안 검토했어요?" 팀장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칸막이 너머로 날아왔다. 나는 화면에 켜놓은 광고 초안을 빠르게 닫았다. '당신의 몸이 당신의 성공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내가 만든 슬로건이었다.
"네, 거의 끝냈습니다." 대답하며 의자에 더 깊이 파묻혔다. 내 책상 서랍에는 다이어트 초콜릿이 가득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회사에 들어온 후 나는 10kg가 쪘다. 스트레스성 폭식이었다. 회사 복도를 지나갈 때마다 동료들의 시선이 내 살을 베어가는 것 같았다.
점심시간, 샐러드를 앞에 두고 마케팅팀 회의가 시작되었다. "2024년 신년 타겟은 30대 직장인이다. 그들은 성공을 원하지만, 자기관리에 실패한 자신을 용서하지 못한다." 팀장이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우리는 이 불안감을 자극해 제품을 팔 것이다."
회의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도시 풍경이 갑자기 흐릿해졌다. 샐러드를 씹으며 내 생각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아챘다. 이 회사에 지원할 때, 나는 사람들의 건강한 변화를 돕고 싶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우리는 불안을 팔았고, 그 대가로 월급을 받았다.
그날 저녁, 회사 홍보물을 정리하다가 발견한 사진 한 장. 6개월 전 회사 워크숍에서 찍은 단체사진이었다. 내 모습은 지금보다 훨씬 날씬했지만, 눈빛은 죽어있었다. 지금은 10kg가 늘었지만, 적어도 내 눈에는 생기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다음날 아침, 나는 평소보다 일찍 회사에 도착했다. 내 책상에 앉아 새로운 기획안을 작성했다. '당신의 몸은 당신의 인생이 아닙니다.' 팀장이 들어오며 내 모니터를 흘끗 보았다. "이게 뭐야, 김 과장?"
"새로운 마케팅 방향입니다. 사람들에게 진짜 필요한 건 자기 혐오가 아니라 자기 수용이라고 생각해서요."
팀장의 얼굴이 굳어졌다. "우리가 자기 수용을 팔면 누가 다이어트 제품을 사겠어?"
나는 모니터를 향해 미소지었다. "제가 그만두는 건 아시죠? 그리고 이건 제 마지막 기획안이 아니라, 제 사직서입니다."
그날 오후, 가벼워진 마음으로 회사를 나서며 깨달았다. 내가 정말 빼야 할 것은 뱃살이 아니라, 내 영혼을 갉아먹던 이 직장이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