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판타지: 마법의 체중계
샤워를 마치고 무심코 밟은 체중계가 붉은 빛을 발하며 떠오른 순간, 나는 더 이상 욕실에 있지 않았다. 발바닥 아래로 느껴지는 푹신한 감촉은 욕실 매트가 아닌 분홍빛 솜사탕 구름이었다. 머리 위로는 초콜릿 소스가 흐르는 하늘이 펼쳐져 있었고, 저 멀리 아이스크림 산맥이 보였다.
"환영합니다, 칼로리아의 세계로." 딸기 향기를 풍기며 나타난 작은 요정이 말했다. "당신은 '진정한 다이어트'의 시험에 선택되셨습니다."
요정의 이름은 '키토'였다. 그는 내게 칼로리아의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세 가지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는 초콜릿 강을 건너는 것. 두 번째는 피자 나무 숲을 지나는 것. 마지막은 케이크 성의 여왕을 만나는 것.
"먹고 싶은 것을 참으면 이길 수 있어요. 하지만 무언가를 먹을 때마다 당신의 몸은 그만큼 무거워질 거예요."
초콜릿 강에서는 벌꿀처럼 끈적이는 초콜릿이 내 발목을 붙잡았다. 갈색 물결 사이로 수영하는 쿠키 물고기들이 내 손가락을 간지럽혔다. 한 입만 베어물고 싶은 충동과 싸우며 간신히 강을 건넜다.
피자 나무 숲에서는 더 힘들었다. 나무마다 페퍼로니, 치즈, 하와이안 등 내가 좋아하는 피자들이 열매처럼 매달려 있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피자 조각들이 내 코앞으로 날아왔다. 하나를 베어물자 즉시 내 몸이 무거워져 흙바닥에 발이 묻혔다. 간신히 입에서 빼내고 남은 숲을 관통했다.
마침내 케이크 성에 도착했을 때, 나는 배고픔과 욕망으로 지쳐 있었다. 크림치즈 왕좌에 앉은 여왕은 놀랍게도 나와 똑같이 생겼지만, 훨씬 날씬했다.
"다이어트의 본질을 알겠니?" 여왕이 물었다. "그것은 단순히 음식을 참는 것이 아니라, 네 자신과의 싸움이야. 네가 원하는 모습이 되기 위한 여정이지."
"하지만 왜 이렇게 고통스러워야 하나요?" 내가 물었다.
여왕은 미소 지었다. "모든 판타지는 현실의 거울이니까. 네가 여기서 배운 의지력은 현실로 돌아가서도 남아있을 거야."
여왕이 손가락을 튕기자, 내 앞에 작은 케이크 한 조각이 나타났다. "마지막 시험이야. 이걸 먹을지 말지 선택해."
나는 케이크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 순간 체중계가 다시 붉게 빛났고, 나는 욕실로 돌아왔다. 체중계의 숫자는 변하지 않았지만, 거울 속 내 눈빛은 달라져 있었다. 다이어트는 결국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 속의 작은 선택들의 합이었다. 간혹 체중계를 밟을 때면, 아주 희미하게 딸기 향이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