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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회사

다이어트 회사: 원하는 몸을 팝니다

체중계 위에 올라선 순간, 숫자는 내 인생을 두 조각으로 갈랐다. 78.9kg. 어제보다 300g 늘었다. 이제 '다이어슬림'과의 계약은 종료됐다. 3개월 전, 나는 70kg까지 체중을 감량하겠다는 서약서에 서명했다. 실패할 경우, 내 연봉의 30%를 위약금으로 지불하는 조건이었다.

"김준호 님, 유감스럽게도 계약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셨습니다. 위약금 계산서를 이메일로 보내드렸으니 확인 부탁드립니다." 다이어슬림 담당자의 목소리는 기계처럼 차가웠다. 그녀의 목소리에서는 일말의 동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다이어슬림은 5년 전 등장한 신개념 다이어트 회사였다. 그들의 비즈니스 모델은 간단했다. 고객이 목표 체중을 설정하고, 실패 시 지불할 위약금을 걸어둔다. 성공하면 위약금의 10%를 보너스로 받는다. 일종의 도박이지만, 85%의 고객이 실패한다는 통계 앞에서 회사는 매년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렸다.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며 위약금 계산서를 확인했다. 1520만원. 내 연봉의 30%. 화면이 흐릿해졌다. 지난 3개월간 점심시간마다 헬스장에서 흘린 땀방울, 친구들과의 회식을 거절했던 밤들, 콜라 대신 마셨던 쓴 녹차들...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때 이메일 하나가 도착했다. 다이어슬림 최고경영자 이지민의 메일이었다. "김준호 님, 저희 회사 취업 제안을 검토해보시겠습니까?"

의아함을 안고 면접장에 들어섰다. 이지민 CEO는 모델처럼 마른 몸매의 40대 여성이었다. "우리는 당신 같은 사람을 찾고 있었어요. 실패한 사람. 하지만 끝까지 노력한 사람."

그녀는 미소지으며 계속했다. "다이어슬림의 진짜 사업 모델을 공개할게요. 우리는 위약금으로 수익을 내는 게 아니에요. 우리가 찾는 건 실패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의지의 사람들이죠. 당신이 매일 체중계에 올라가는 모습, 점심시간마다 헬스장에 가는 모습, 모두 기록됐어요. 다이어트에 실패했지만, 시스템 평가에서는 A+ 받으셨습니다."

그녀는 태블릿을 보여주었다. 거기엔 내 일상이 그래프와 데이터로 기록되어 있었다. "우리 회사의 진짜 사업은 의지력이 강한 인재를 발굴하는 것입니다. 매년 실패한 고객 중 0.1%만이 이 자리에 초대됩니다. 당신의 의지력은 어떤 다이어트보다 가치 있어요."

사무실을 나오며 창밖을 바라봤다. 수많은 사람들이 '다이어슬림'이라고 적힌, 내가 매일 체중을 재던 그 특별한 체중계를 들고 건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들 중 몇 명이 이 회사의 다음 인재가 될까? 나는 위약금 계산서를 구겨 쓰레기통에 던졌다. 때로는 실패가 또 다른 시작일 수 있다는 걸, 그들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