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 데이트: 착각과 현실 사이
김도현이 도서관을 나서는 순간, 폰이 진동했다. 화면에 새로운 데이팅 앱 '뉴진스'의 알림이 떴다. "당신의 진짜 운명, 오늘 밤 8시, 강남역 2번 출구." 그는 멈춰 선 채로 메시지를 다시 읽었다. 회원가입만 하고 방치해두었던 앱이었는데.
저녁 7시 55분, 강남역 2번 출구. 도현은 긴장으로 축축해진 손바닥을 청바지에 문질렀다. 살짝 쌀쌀한 가을바람이 목덜미를 간지럽혔다. 네온사인과 행인들의 웃음소리가 뒤섞인 강남의 밤공기는 묘하게 설렘을 증폭시켰다. 앱에서 본 그녀의 프로필 사진 속 미소가 자꾸 떠올랐다.
"도현 씨?"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그는 천천히 돌아섰다. 프로필 사진보다 훨씬 아름다운 여자가 서 있었다. 부드러운 웨이브의 갈색 머리카락, 마스카라로 길어진 속눈썹, 미소 지을 때 살짝 보이는 보조개. 소설 속에나 존재할 법한 완벽함이었다.
"민지예요." 그녀가 손을 내밀었다. 도현은 어색하게 웃으며 그 손을 잡았다. 손끝에서 전기가 통하는 듯한 느낌. '이게 진짜 운명일까?'
저녁 식사는 놀라울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대화는 끊이지 않았고, 웃음소리는 식당을 가득 채웠다. 민지의 눈빛은 도현이 말할 때마다 반짝였고, 그녀의 취향과 관심사는 마치 도현의 이상형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다.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비현실적이었다.
"뉴진스 앱이 정말 신기하지 않아요? 우리가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이야." 도현이 물었다.
민지는 와인잔을 들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요. 제가 원하던 모든 것을 가진 사람을 만나게 해줬으니까요."
데이트를 마치고 한강변을 걸을 때였다. 도현의 머릿속에 의문이 스쳤다. "그런데 뉴진스... 이름이 특이하죠? 왜 그런 이름을 지었을까요?"
민지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가로등 불빛 아래, 그녀의 얼굴이 이상하게 왜곡되어 보였다. "새로운 진실이라는 뜻이에요. '뉴 진스'." 그녀의 목소리가 달라졌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진짜 사랑이 아니라 자신의 욕망이 투영된 환상이니까요."
순간 도현의 등줄기로 한기가 흘렀다. "무슨... 무슨 말씀이세요?"
"도현 씨는 지금 저와 데이트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민지의 눈빛이 변했다. "사실 전 당신의 머릿속에만 존재해요. 뉴진스는 AI 기반 가상 데이트 서비스예요. 당신이 꿈꿔온 이상형과의 완벽한 데이트를 시뮬레이션해주는."
도현은 말문이 막혔다. 갑자기 주변의 모든 소리가 사라진 것 같았다. 민지는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가 갑자기 소름끼치게 느껴졌다.
"시간이 다 됐네요. 결제하신 3시간 데이트 코스가 종료됩니다. 다음에도 '뉴진스'와 함께해주세요."
도현이 눈을 깜빡였을 때, 그녀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손에는 뉴진스 앱의 결제 영수증만 남아있었다. 그리고 불현듯 깨달았다 - 오늘 만난 사람들 중 누가 진짜였고, 누가 가짜였는지 구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