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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직장

직장 데이트: 9층에서의 비밀

회사 엘리베이터에서 처음 눈이 마주쳤을 때, 우리는 이미 서로를 알고 있었다. 같은 회사 다른 부서, 매일 얼굴을 스쳐 지나가는 사이였지만, 그날 저녁 늦게까지 이어진 야근은 우리에게 운명적인 만남을 선사했다.

"9층 회의실에서 30분 후에 보자." 그의 메시지가 도착했을 때, 내 심장은 프린터기보다 빠르게 종이를 뱉어내듯 뛰었다. 사내 연애 금지 규정이 엄격한 우리 회사에서, 우리는 위험한 줄타기를 시작한 셈이었다.

회의실 테이블 위에 놓인 테이크아웃 커피와 샌드위치는 어색하게 거리를 두고 앉은 우리 사이의 유일한 매개체였다. 형광등 불빛 아래, 그의 넥타이가 살짝 풀어진 모습이 평소의 단정한 이미지와는 달리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키보드를 두드리던 그의 손가락이 이제는 테이블 위에서 리듬을 타고 있었다.

"이런 거, 회사 규정에 어긋나는 거 알지?" 그가 마침내 침묵을 깼다.

"그래서 더 설레는 거 아닐까?" 내가 대답했다.

그렇게 시작된 우리의 '9층 데이트'는 한 달 동안 이어졌다. 회의실 예약 시스템을 교묘하게 이용한 저녁 식사, CCTV 사각지대에서의 짧은 대화, 업무용 메신저로 주고받는 암호 같은 대화들. 우리는 이중생활의 달콤함과 위험함을 동시에 맛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인사팀에서 온 이메일 한 통. '전 직원 자리 재배치 안내'라는 제목이었다. 내 심장이 멈춘 듯했다. 이메일 내용 중에는 내 이름과 그의 이름이 나란히 있었다. 같은 부서로 재배치. 누군가 우리의 관계를 알아챈 걸까?

떨리는 마음으로 그를 9층 회의실에서 만났다. "어떻게 된 거지?" 내가 물었다.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내가 신청했어. 우리 프로젝트 협업이 좋았다고."

"미쳤어? 들키면 어떡해!"

"이미 들켰어." 그가 조용히 말했다. "인사팀 김 과장, 내 대학 동창이야. 우리 관계를 두 달 전부터 알고 있었대."

얼어붙은 내 표정을 보며 그가 웃음을 터뜨렸다. "걱정 마. 회사 규정이 바뀌었어. 오늘 오전에 공지 올라왔잖아. 확인 안 했어?"

급하게 핸드폰을 꺼내 사내 공지사항을 확인했다. '직원 복지 향상을 위한 사내 규정 개정안' - 그 중에는 '사내 연애 및 결혼 제한 규정 폐지'가 있었다.

회의실 창문으로 보이는 서울의 야경이 우리의 새로운 시작을 축하하듯 반짝였다. 이제 우리는 9층 회의실을 벗어나, 같은 사무실에서 서로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가끔은, 모두가 퇴근한 빈 사무실에서 우리만의 비밀 데이트를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금지된 사랑의 달콤함은 허락된 후에도 오래도록 여운으로 남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