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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 드라마: 55kg의 진실

거울 속에 비친 나는 또 다른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어 있었다. 55kg. 이 숫자가 내 인생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믿었던 나는, 오늘도 체중계 위에 섰다.

"윤서야, 너 오디션 떨어진 거 내가 미안해." 매니저 언니의 목소리에는 진심 어린 위로가 담겨있었지만, 그 뒤에 숨겨진 의미를 놓치지 않았다. '네가 좀 더 날씬했다면...'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을 뿐.

여섯 번째 오디션 탈락. 이유는 언제나 같았다. "이미지가 조금..." 그들은 결코 직접적으로 내 체중을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시선이 내 허벅지와 팔뚝을 훑어내릴 때마다, 나는 그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드라마 속 여주인공은 마른 몸매에 완벽한 얼굴을 가진 사람이어야 했다.

복도를 걸어가는 내 발걸음은 무거웠다. 한 손에는 새로 산 다이어트 약, 다른 손에는 또 다른 오디션 대본이 들려 있었다. 대본 속 여주인공 설명란에는 "청순하고 연약한 이미지"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내 앞에 서 있는 그녀가 보였다. 김도연. 같은 소속사의 배우로, 최근 인기 드라마의 여주인공을 맡아 스타덤에 올랐다. 그녀의 허리는 내 팔뚝만 했고, 다리는 마치 성냥개비처럼 가늘었다.

"윤서야, 다음 오디션 준비해?" 그녀의 목소리는 항상 그렇듯 다정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엔 꼭 됐으면 좋겠다. 나도 처음에는 계속 떨어졌었어." 그녀의 위로가 오히려 더 가슴을 아프게 했다. 그녀는 모를 것이다, 내가 매일 밤 그녀의 사진을 보며 다이어트를 맹세하는 것을.

집으로 돌아와 냉장고를 열었다. 오직 물과 샐러드, 그리고 단백질 셰이크뿐이었다. 텅 빈 냉장고만큼 내 마음도 비어 있었다. TV를 켰다. 도연이 출연하는 드라마가 방영 중이었다. 화면 속 그녀는 빛나고 있었다.

다음 날, 나는 결심했다. 다이어트약의 용량을 두 배로 늘렸다. 두통과 메스꺼움이 밀려왔지만, 나는 참았다. '이번 오디션만 합격하면, 이 고통도 끝날 거야.' 자기 최면을 걸며 거울 앞에서 연기 연습을 했다.

오디션장. 내 차례가 되자 심장이 터질 듯이 뛰었다. 대기실에서 마주친 다른 지원자들의 마른 몸매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그리고 놀랍게도, 도연이 심사위원석에 앉아 있었다. 친절한 미소로 나를 반겼다.

연기를 마치고 나왔을 때, 도연이 나를 불러세웠다. "윤서야, 잠깐 얘기 좀 할까?" 우리는 근처 카페로 갔다. 그녀는 내 앞에 케이크 한 조각을 놓았다. "먹어도 돼, 오늘은." 내가 망설이자, 그녀가 말을 이었다.

"사실 나도 너처럼 다이어트에 미쳐 살았어. 그러다 건강을 완전히 망쳤지. 내가 드라마에서 쓰러진 장면, 실제로 쓰러진 거였어." 그녀의 고백에 나는 충격을 받았다. "윤서야, 네 연기는 정말 좋았어. 하지만 네 눈에서 생기가 사라졌더라. 그건 카메라도 속일 수 없어."

그날 밤, 처음으로 다이어트약을 화장실 변기에 버렸다. 그리고 오랜만에 편의점에서 작은 아이스크림을 하나 샀다. 달콤한 맛이 혀끝에 닿자, 오랫동안 잊고 있던 감각이 되살아났다. 내일은 또 다른 오디션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55kg이 아닌, 내 연기로 승부할 것이다. 어쩌면 인생이란 드라마에서 내가 연기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은, 바로 '나 자신'이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