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직장: 매일 아침 9시에 시작되는 우리의 비밀
출근 카드를 찍는 소리가 내 심장 박동 소리와 묘하게 일치했다. 이 회사에 입사한 지 365일, 그리고 그를 사랑하게 된 지 364일째 되는 날이었다.
"김 대리, 오늘 마케팅 보고서 마감이에요." 세진 부장의 목소리가 사무실을 가로질렀다. 고개를 끄덕였지만, 내 시선은 회의실 유리창 너머 커피를 마시며 웃고 있는 그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최준호 과장, 재무팀의 떠오르는 샛별이자 내 비밀스러운 사랑의 대상.
사랑은 직장에서 가장 위험한 업무 재해다. 특히 우리 회사처럼 사내 연애가 암묵적으로 금지된 곳에서는 더욱.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 프린터에서 나오는 종이 냄새, 동료들의 전화 통화 소리가 어우러지는 사이, 나는 보고서 대신 그에게 보낼 익명의 메시지를 구상했다. '오늘 점심, 옥상에서.' 우리의 비밀 코드였다.
엘리베이터 숫자가 올라가는 동안 내 심장도 함께 상승했다. 문이 열리자 그가 이미 와있었다. 따스한 봄바람이 우리 사이를 스쳐 지나갔다.
"오늘도 익명의 메시지를 받았어." 그의 목소리에는 장난기가 서려 있었다.
"그래서 올라온 거야?" 내가 물었다.
"사실, 누가 보냈는지 알아." 그의 말에 갑자기 숨이 멎는 듯했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내 얼굴이 화끈거렸다. 사무실 형광등 아래선 절대 드러나지 않던 감정이 이곳에선 너무나 선명했다.
"그럼 왜...?" 내 질문은 공중에 흩어졌다.
"회사 규정이 두려웠어. 하지만 더 이상은 아냐." 그가 한 걸음 다가왔다. "어제 내가 다른 회사로 이직하기로 결정했어."
그 말에 내 마음은 무너졌다가, 다시 세워졌다가, 또다시 무너졌다.
"이제 우리는... 같은 회사 사람이 아니게 되는 거네." 내 목소리는 떨렸다.
"맞아. 이제 우리는 그냥... 사람과 사람이 될 수 있어." 그의 손이 조심스럽게 내 손을 찾았다.
직장에서의 로맨스는 불가능했지만, 직장 밖에서의 로맨스는... 아직 써지지 않은 이야기였다.
옥상 문이 갑자기 열렸다. 세진 부장이 숨을 헐떡이며 나타났다. "여기 있었구나! 마케팅 보고서 마감 시간 5분 전이야!"
우리는 급히 손을 떼었지만, 세진 부장의 날카로운 시선을 피할 수는 없었다.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알았어요, 지금 내려갈게요." 내가 서둘러 대답했다.
"그리고," 세진 부장이 덧붙였다. "회사 규정에는 '전 직원'과의 연애를 금지한다는 조항은 없어. 정확히는 '현 직원'끼리만 금지야."
그녀가 윙크하며 문을 닫고 나간 후, 우리는 눈빛만 교환했다. 때로는 가장 엄격한 직장 규칙 속에서도, 로맨스를 위한 완벽한 구멍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