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남편: 정성의 맛을 아는 사람
남편의 장례식장에 도착했을 때, 나는 처음 보는 여자들로 가득 찬 조문객 행렬에 당황했다. 검은 옷을 입은 그 여자들은 하나같이 울음을 참지 못하며 내게 같은 말을 반복했다. "정말 좋은 분이셨어요. 당신은 정말 행운이었겠네요."
민수는 15년 동안 내 남편이었다. 매일 아침 7시에 나가서 저녁 7시에 돌아오는 평범한 회사원. 주말에는 골프를 치러 나가는 그런 남자였다. 적어도 내가 알던 민수는 그랬다. 그런데 장례식장에 모인 여자들은 내가 모르는 다른 민수에 대해 이야기했다.
"민수 씨가 끓여주는 된장찌개는 정말 어머니 손맛 그대로였어요." 검은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민수가 된장찌개를 끓인다고? 15년 결혼 생활 동안 그가 부엌에 들어선 적은 설거지를 할 때뿐이었다.
내가 어리둥절하자 옆에 있던 또 다른 여자가 말을 이었다. "매주 목요일 밤 '맛있는 저녁' 블로그 글이 올라오는 게 우리의 낙이었어요. 민수 씨는 정말 요리의 신이었죠." 그녀의 말에 주변의 여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장례식이 끝나고 민수의 컴퓨터를 열었다. 비밀번호는 결혼기념일, 그것만은 변함이 없었다. 바탕화면에 '비밀 레시피'라는 폴더가 있었다. 클릭하자 수백 개의 요리 사진과 레시피, 그리고 '맛있는 저녁'이라는 블로그 링크가 나왔다. 구독자 10만 명의 인기 블로거였던 그는 매주 목요일, 내가 야근하는 날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
블로그에는 "아내에게는 비밀입니다"라는 소개글과 함께 민수의 요리 철학이 적혀 있었다. '음식은 정성이다. 진심을 담지 않은 요리는 맛이 없다.' 댓글들은 그의 요리에 대한 찬사로 가득했고, 몇몇은 직접 만나 요리를 배우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민수의 일기장 마지막 페이지에는 이런 글이 있었다. "오늘은 아내 생일이다. 15년 동안 차마 말하지 못했던 내 비밀을 털어놓으려 한다. 요리사가 되고 싶었던 내 꿈, 매주 목요일 밤 몰래 차려놓는 '맛있는 저녁' 블로그... 아내가 이해해줄까? 오늘 저녁, 내가 직접 만든 생일상으로 모든 걸 고백하려 한다."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그는 그 고백을 하지 못했다. 내가 집에 돌아왔을 때, 식탁 위에는 촛불이 꺼진 채 차려진 생일상이 있었고, 민수는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마지막 요리는 된장찌개였다.
장례식이 끝나고 일주일 후, 나는 민수의 레시피 노트를 펼쳤다. 첫 페이지에는 "당신에게 차려주고 싶었던 요리들"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제 내가 그의 꿈을 대신해 요리하기로 했다. 내 손끝에서 남편의 맛을 되살리는 순간, 나는 처음으로 그가 담았던 진심의 깊이를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