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과 직장 사이: 닮아버린 그림자
어머니가 한 시간 동안 화장실에서 우시던 날, 나는 처음으로 그것을 깨달았다. 엄마의 사무실 책상 위에 놓인 사직서와 내 책상 위의 퇴사 이메일 초안이 같은 모양으로 빛나고 있었다는 사실을.
"나는 절대 부모님처럼 살지 않을 거야." 스물넷, 첫 직장을 구했을 때 내가 맹세했던 말이었다. 아버지의 굽은 등, 어머니의 지친 눈가를 보며 자란 나는 그들의 삶을 반면교사 삼겠다고 다짐했다. 아버지가 30년간 다니던 회사에서 명예퇴직 통보를 받던 날, 그의 눈빛은 퇴근 버스에서 항상 보이던 무력함 그 자체였다. 어머니는 항상 웃으셨지만, 월말이면 어김없이 두통약을 챙겨 드셨다.
그런데 어느새 나는 부모님이 되어가고 있었다. 밤 열한 시, 회사 앞 편의점에서 라면을 먹으며 문자를 확인했다. "오늘도 야근이니?" 질문 뒤에 숨겨진 어머니의 걱정이 보였다. 거울을 보니 나는 이미 아버지의 지친 눈을 물려받고 있었다.
주말마다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회사는 너를 가족처럼 생각하지 않아." 그러면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저는 다르니까 걱정 마세요." 하지만 밤마다 울리는 업무 카톡과 메일, 월요일만 생각하면 들끓는 불안감은 어머니의 말이 옳음을 증명했다.
어느 일요일 저녁, 아버지의 서랍을 정리하다 발견한 노란 메모지 뭉치. "오늘도 잘했어, 내일은 더 잘 할 수 있어." 아버지가 30년간 매일 아침 써왔던 자기 암시였다. 그날 밤, 내 책상 위 포스트잇에는 같은 문장이 적혀 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어제, 내 팀원이 번아웃으로 쓰러졌다. 회사 복도에서 구급차를 기다리며, 문득 15년 전 어머니가 과로로 쓰러졌던 날이 떠올랐다. 그날 병원 대기실에서 나는 아버지에게 물었다. "엄마는 왜 이렇게 일해요?" 아버지의 대답은 간단했다. "널 위해서." 어제 내 팀원의 남편이 내게 물었다. "왜 이렇게 일하게 하셨어요?"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오늘 아침, 내 책상 위에는 두 개의 서류가 놓여있다. 하나는 승진 제안서, 다른 하나는 사직서. 승진하면 더 많은 책임, 더 긴 야근이 기다리고 있다. 사직하면 불확실한 미래가 있다.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니, 출근하는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어머니와 아버지의 젊은 시절 모습이 보였다. 그들도 한때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었을 것이다.
전화기를 들었다. "부모님, 지금 시간 되세요? 제가 지금 갈게요. 물어볼 게 있어요." 내가 무엇을 선택하든, 그들이 왜 그런 삶을 살았는지 이해하고 싶었다. 어쩌면 이해함으로써, 나는 비로소 그들과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