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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취업

부모님의 이력서: 취업이라는 이름의 눈치게임

그날도 어김없이 어머니는 내 방문을 두드렸다. "밥 먹어라"가 아닌 "OO기업 공채 떴다"라는 말을 들고. 스물여덟의 나는 여전히 부모님 집에 살고 있는 백수였고, 내 방은 이제 취업준비생의 벙커가 되어 있었다.

책상 위에는 어제 밤늦게까지 붙들고 있던 자기소개서 초안이 널브러져 있었다. 형광펜으로 줄 그어진 문장들, 빨간펜으로 동그라미 쳐진 글자들. 한 장의 종이에 내 인생 전체를 압축해야 했다. "저는 도전정신이 강하고..." 문장을 쓰다 말고 웃음이 나왔다. 내가 마지막으로 도전했던 건 언제였더라? 아마도 중학교 때 피아노 경연대회였을 것이다.

거실에선 아버지의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벽이 얇아서인지, 아니면 그 한숨이 너무 깊어서인지. "저 놈은 언제쯤 취직할까..." 분명 들리지 않아야 할 말이었지만, 나는 모든 것을 들었다. 종이컵으로 만든 벽을 사이에 두고 사는 것 같았다.

부모님은 내게 직접적인 압박을 주지는 않았다. 대신 간접적인 방식으로 충분히 전달했다. 저녁 식탁에서 흘러나오는 친구 아들 취업 소식, TV에서 나오는 청년 실업 뉴스에 덧붙이는 걱정 어린 코멘트들. 매일 밤 내 방문 앞에 놓여있는 취업 관련 신문 스크랩. 그것들은 모두 소리 없는 아우성이었다.

어느 날 아버지의 서랍을 뒤적이다 낡은 이력서 한 장을 발견했다. 1980년대, 젊은 아버지의 얼굴이 담긴 사진과 함께. 내가 쓰는 자기소개서와는 비교도 안 되게 단순했다. 학력, 경력, 자격증. 그게 전부였다. 그런데 마지막 페이지 하단에 작은 글씨로 적힌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가족을 위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그 순간 깨달았다. 아버지에게 취업은 선택이 아니었다. 그것은 가족을 위한 의무였고, 자신의 꿈을 접어야 했던 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금 나에게 취업을 바라는 것은, 그저 내가 아버지보다는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까?

다음 날, 나는 용기를 내어 부모님께 물었다. "당신들은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면서 살았나요?" 저녁 식탁에 갑자기 내려앉은 침묵. 어머니는 숟가락을 내려놓았고, 아버지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우리 세대는 선택할 수 없었어. 그냥 살기 위해 일했지." 아버지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하지만 너는 다를 수 있어. 다만..." 그는 말을 이었다.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선택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날 밤, 나는 새로운 자기소개서를 쓰기 시작했다. 첫 문장은 이랬다. "저는 부모님에게서 배운 책임감과 제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의 균형을 찾고 있습니다." 어쩌면 취업은 단순히 일자리를 얻는 것이 아니라, 세대 간의 대화를 시작하는 방법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