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 뉴진스: 시간을 달리는 소녀들
할머니의 다락방에서 발견한 빛바랜 사진첩을 펼치는 순간, 나는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1960년대 스크랩북에 붙어있는 흑백사진 속 다섯 소녀들이 마치 오늘날의 '뉴진스'와 똑같은 포즈를 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할머니, 이 사진은 뭐예요?" 내 목소리가 흔들렸다. 할머니는 돋보기 너머로 사진을 바라보더니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아, 이건 내 학창시절 친구들이야. 우리는 '새벽별'이라고 불렸지. 동네에서 제일 인기 많은 댄스팀이었단다."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왼쪽에서 두 번째 소녀의 눈매가 할머니와 닮아있었다. 뾰족한 턱, 또렷한 눈동자, 그리고 자신감 넘치는 미소. 그 모든 것이 6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현재의 아이돌 그룹과 놀랍도록 닮아있었다.
"우리도 노래하고 춤추는 걸 좋아했어. 당시엔 금지된 일이었지만,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오는 팝송을 몰래 듣고 흉내냈지." 할머니의 주름진 손가락이 사진 위를 쓸었다. "대부분 부모님 몰래 했어. 춤추는 여자는 '바람난 계집애'라고 손가락질 받던 시절이었으니까."
할머니는 서랍에서 작은 종이 조각을 꺼냈다. 누렇게 변색된 종이에는 다섯 소녀의 이름과 각자의 꿈이 적혀 있었다.
"우리도 꿈이 있었어. 미나는 가수가 되고 싶어했고, 순영이는 무용가, 나는 음악선생님이 되고 싶었지." 할머니의 눈에 그때의 반짝임이 돌아왔다. "하지만 그 시절엔 꿈을 꾸는 것만으로도 큰 용기가 필요했단다."
다음 페이지를 넘기자 '새벽별'의 공연 사진이 나왔다. 시골 마을 학예회에서 찍은 것 같았다. 어설픈 조명 아래서도 소녀들의 눈빛은 오늘날 뉴진스의 화려한 무대 위 모습과 다를 바 없었다.
"할머니는 꿈을 이루셨나요?" 내가 물었다.
할머니는 사진첩을 조용히 덮으며 말했다. "아니, 결혼하고 너희 아버지를 낳느라 춤추는 것은 잊었단다. 하지만..." 할머니는 내 스마트폰에 저장된 뉴진스의 공연 영상을 가리켰다. "요즘 너희를 보면 우리의 꿈이 이렇게 실현된 것 같아 행복하단다."
그날 밤, 나는 할머니의 옛 사진과 뉴진스의 사진을 나란히 놓고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60년의 시간을 건너뛰어도 소녀들의 꿈꾸는 눈빛은 똑같았다. 다만 오늘날의 소녀들은 꿈을 위해 춤출 수 있는 자유를 얻었을 뿐. 나는 내일 할머니와 함께 뉴진스의 콘서트에 가기로 했다. 할머니가 미처 추지 못했던 춤을, 새로운 시대의 소녀들이 대신 추는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