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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다이어트

사진 다이어트: 삭제된 기억의 무게

삭제 버튼을 누르는 순간, 내 인생에서 78킬로그램이 사라졌다. 스마트폰 갤러리에서 내 과거의 모습이 담긴 사진들을 지워나갈 때마다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몸무게가 아닌, 마음의 무게였다.

다이어트를 시작한 지 6개월째. 거울 속 내 모습은 달라졌지만, 사진 속 과거의 나는 여전했다. 스크롤할 때마다 느껴지는 자기혐오감이 손가락을 무겁게 했다. 피자를 두 조각이나 먹던 나, 케이크 앞에서 행복해하던 나, 이중턱이 선명한 셀카들. 그것들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실패한 과거의 자아들이었다.

"삭제하는 건 현실을 바꾸지 않아." 트레이너 민지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하지만 나는 계속해서 삭제 버튼을 눌렀다. 뚱뚱했던 나의 흔적들이 디지털 세계에서 사라질 때마다 마음이 가벼워졌다. 실제 체중계의 숫자도 꾸준히 줄어들고 있었다. 상관관계일까, 인과관계일까.

그러던 어느 날, 클라우드 백업 알림이 떴다. '2년 전 추억들이 복원되었습니다.' 자동 백업된 수백 장의 사진들이 한꺼번에 내 갤러리를 채웠다. 내가 그토록 지우려 했던 모든 모습들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 화면을 노려보다 문득 눈에 띈 사진 한 장. 해변에서 활짝 웃고 있는 통통한 나의 모습. 그 웃음이 진짜였다는 것을 나는 기억한다.

스크롤을 내리면서 깨달았다. 내가 지운 것은 살이 아니라 행복이었다. 친구들과 함께한 파티, 여행,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의 순간들... 그 모든 것이 내 인생의 일부였다. 체중을 줄이면서 나는 기쁨도 함께 삭제하고 있었다.

그날 밤, 나는 오랜만에 일기를 썼다. "다이어트는 몸을 바꾸는 것이지, 기억을 지우는 것이 아니다." 더 이상 사진을 삭제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새로운 앨범을 만들었다. 제목은 '변화의 기록'.

다음 날 아침, 트레이너 민지에게 메시지가 왔다. "오늘은 몸무게 재지 말고 사진 찍자. 3개월 전과 비교할 거야." 거울 앞에 선 나는 카메라를 들었다. 이번에는 얼굴만 나오게 찍지 않고, 전신이 보이도록 했다. 몸의 변화도 보였지만, 무엇보다 눈빛이 달라져 있었다.

이제 나는 안다. 진짜 다이어트는 무게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것임을. 갤러리에는 새로운 사진들이 채워지고 있다.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나, 모두 소중한 한 사람의 이야기. 삭제 버튼 대신 나는 이제 '저장'을 누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