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을 위한 취업: 그들이 말하지 않는 진실
인터뷰룸의 형광등이 깜빡였다. 순간 내 이력서에 적힌 거짓말들이 형광펜처럼 빛나는 것 같았다. 취업 전문가들은 이력서를 '포장'하라고 조언하지만, 아무도 그것이 '생존을 위한 거짓말'이라고 말하진 않는다.
"김준호 씨, 전 직장에서의 퇴사 이유를 다시 한번 말씀해주시겠어요?"
면접관의 질문에 내 입안이 사막처럼 말라붙었다. 냉방기의 차가운 바람이 내 등줄기의 땀을 얼려버렸다. '개인 사정'이라고 적어놓은 칸 뒤에 숨겨진 실제 이야기 - 직장 내 괴롭힘, 번아웃, 그리고 극심한 우울증. 하지만 그런 진실은 취업시장에서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새로운 도전을 위해서였습니다." 거짓말이 매끄럽게 흘러나왔다. 5번째 면접에서는 이미 대사가 외워진 상태였다.
면접관의 눈이 내 이력서로 돌아갔다. 석 달간의 공백기를 메우기 위해 만들어낸 '프리랜서 프로젝트'라는 환상도 그곳에 있었다. 실제로는 침대에서 일어날 힘도 없었던 시간들이었다.
"우리 회사는 강한 멘탈이 필요합니다. 압박감 속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인재를 찾고 있거든요."
생존. 그 단어가 귓가에 울렸다. 약을 먹어야 겨우 잠들 수 있는 밤들, 통장 잔고가 줄어드는 공포, 부모님의 걱정 어린 전화들... 이것이 바로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었다. 생존.
"저는 압박감 속에서 오히려 더 빛납니다." 또 다른 거짓말. 하지만 이번엔 내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면접관이 고개를 들었다. 예상치 못하게 그의 눈에서 무언가 인간적인 것이 번쩍였다. "정말 그럴까요, 김 씨?"
순간 모든 것이 정지된 듯했다. 형광등 깜빡임, 에어컨 소리, 심지어 내 심장 소리까지. 6개월간의 구직 활동 동안 누구도 이렇게 물어본 적이 없었다.
"아닙니다." 놀랍게도 진실이 튀어나왔다. "사실은 압박감이 저를 무너뜨립니다. 전 직장에서 번아웃으로 쓰러졌고, 3개월간 우울증 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지금... 정말 일이 필요합니다."
침묵이 방을 채웠다. 면접관은 천천히 이력서를 덮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미소를 지었다.
"처음으로 진실을 들었군요, 오늘 12명의 지원자 중에서." 그가 말했다. "우리 회사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정직함입니다. 강함이 아니라, 자신의 약점을 인정할 수 있는 용기죠."
면접장을 나오며 깨달았다. 취업이라는 게임에서 진짜 생존은 가면을 쓰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그것을 벗을 용기를 내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리고 다음날, 합격 통지를 받았을 때, 처음으로 느꼈다 - 살아남기 위해 숨겨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상처들이, 어쩌면 나를 진정으로 살게 할 가장 강력한 무기였을지도 모른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