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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직장

사내 소개팅: 별보다 빛나는 불편한 진실

"그 사람, 우리 회사 마케팅팀 이사님이야." 친구의 말에 나는 커피를 꿀꺽 삼키다 기도가 막혔다. 오늘의 소개팅 상대가 내 직장 상사의 상사라니. 이런 우주적 농담이 어디 있단 말인가.

화장실 거울 앞에서 립스틱을 다시 바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소개팅 장소로 고른 이 레스토랑은 간접 조명이 은은하게 테이블을 비추고, 피아노 선율이 부드럽게 흐르는 완벽한 공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모든 것이 무대 세트처럼 가식적으로 느껴졌다.

"김태현 이사님, 맞으신가요?" 내 목소리는 의도치 않게 회사 전화 응대 톤으로 흘러나왔다. 그의 눈이 놀라움으로 커졌다. 평소 회사에서 흔히 보던 권위적인 모습과 달리, 오늘의 그는 네이비 니트 스웨터에 청바지를 입은 평범한 서른여덟 살 남자였다.

"박지현 대리? 이런 우연이..." 그의 당혹감이 공기 중에 진동했다. 테이블 위 와인잔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 우리는 서로의 눈을 피하며 메뉴판을 꼼꼼히 읽는 척했다.

어색한 침묵을 깨고 그가 먼저 말했다. "이거 참... 난처하네요. 어제까지 당신 부서 프로젝트 보고서를 검토하던 사람이..." 그의 웃음소리가 공허하게 울렸다.

"저도 상상도 못 했어요. 어제 야근하면서 이사님 지시사항 반영하느라 밤을 샜는데." 내 말에 우리는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긴장이 조금 풀렸다.

스테이크가 나왔을 때, 직장에서는 절대 나누지 못했을 대화가 시작됐다. 그는 회사에서의 엄격한 모습과 달리 두 아이를 키우는 다정한 아버지였다. 이혼 후 육아와 업무 사이에서 힘들어하는 모습이 인간적으로 느껴졌다. 나 역시 직장에서는 드러내지 않던 취미와 꿈에 대해 이야기했다.

"회사에서는 알 수 없었던 지현 씨의 모습이네요." 그의 눈빛이 부드러워졌다. "직장에서 만났다면 절대 알 수 없었을 이야기들."

디저트를 먹으며 우리는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혔다. "이 관계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달콤한 티라미수가 갑자기 쓴맛으로 변했다.

"직장 내 연애, 특히 상하관계면 사내 규정상..." 내 말이 흐려졌다. 그도 알고 있었다. 우리의 만남은 회사에 알려지면 둘 다 곤란해질 상황이었다.

계산을 마치고 레스토랑을 나서며 그가 말했다. "오늘은 소개팅 아닌 소개팅이었네요. 내일부터 회사에서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내야겠죠." 내가 그의 말을 마무리했다.

헤어지기 전, 그가 내 손을 잡았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때로는 가장 빛나는 관계가 어둠 속에 숨겨야 할 때도 있다는 것을. 다음 날 엘리베이터에서 우리는 서로 모르는 사람처럼 목례만 나눴지만, 그의 커피잔에 적힌 내 이름을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