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의 면접: 취업할 때보다 더 긴장되는 순간
"면접이요? 아, 네. 이번 주에 세 번째예요." 소개팅 자리에서 내가 한 첫 대답이었다. 그녀는 커피잔을 들어올리며 미소를 지었지만, 그 눈빛은 이력서를 검토하는 인사팀장과 다를 바 없었다.
카페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긴장이 시작됐다. 향긋한 에스프레소 향과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공간은 마치 대기업 라운지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정확히 약속 시간 3분 전에 도착해 창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정장은 아니었지만 단정한 블라우스와 살짝 구겨진 내 셔츠를 비교하자니 첫 인상에서 이미 감점이었다.
"지금 다니는 회사는 어떤가요?" 그녀의 질문은 언제나 다음 질문을 예고했다. 내 대답에 따라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고, 가끔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은 '합격선'에 도달했다는 신호 같았다.
대화는 흘러갔다. 내 취미(자기계발), 5년 후 목표(안정적인 수입), 그리고 가족 관계(양호함)까지. 질문 하나하나가 마치 "당신이 우리 회사에 적합한 인재인지 평가하겠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내 차례가 왔을 때, 나는 습관적으로 역질문을 준비했다. "회사 분위기는 어떤가요?"라고 물으려다 급히 "가족 모임은 자주 하시나요?"로 바꿨다. 소개팅이라는 사실을 잊을 뻔했다.
디저트를 먹을 때쯤, 우리는 이력서에 쓰지 않는 이야기들로 넘어갔다. 그녀가 학창 시절 밴드부였다는 것, 내가 실은 요리에 소질이 있다는 것. 우리의 웃음소리가 커질수록 면접장의 긴장감은 사라졌다.
계산대에서 카드를 내밀며 나는 문득 깨달았다. 소개팅은 취업보다 더 중요한 면접이었다. 회사는 언제든 옮길 수 있지만, 인생의 동반자는 그렇지 않으니까.
"다음에 또 만날 수 있을까요?" 내가 물었을 때,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2차 면접은 영화관에서 어떨까요?"라고 답했다. 우리는 웃었다. 두 사람이 서로를 '평가'하는 동안, 어느새 우리는 같은 팀이 되어 있었다.
돌아오는 길, 핸드폰에 그녀에게서 온 메시지가 떴다. "오늘 면접 결과: 합격입니다." 나는 웃으며 답장을 썼다. "입사 지원해도 될까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