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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타기뉴진스

썸타기 뉴진스: 미확정의 감정들

소리가 보이는 순간이 있다. 내 귓가에 속삭이듯 울려 퍼지는 뉴진스의 '하입 보이'가 형광색 파도처럼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이 노래가 흘러나올 때마다 그녀를 떠올리는 버릇이 생겼다.

"이 노래 좋아해?" 첫 만남에서 세연이 물었던 질문이었다. 식당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던 그 노래를 들으며 난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뉴진스의 어떤 노래인지도 몰랐다.

썸이라는 단어가 이토록 애매모호할 수 있다는 걸 세연을 만나기 전까지는 몰랐다. 우리는 데이트라고 부르지 않는 만남을 가졌고, 연인이라 부르지 않는 관계를 유지했다. 카페에서 마주 앉아 서로의 플레이리스트를 교환하던 날, 그녀의 재생목록엔 뉴진스의 노래들이 가득했다.

"모호함이 좋아. 확정되는 순간 마법이 깨지는 것 같아서." 세연은 아이스 아메리카노 잔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그 말이 우리 관계를 정의하는 듯했다. 내 마음은 이미 그녀에게 기울어져 있었지만, 세연은 언제나 한 발짝 뒤에서 웃고 있었다.

우리의 대화는 언제나 노래로 시작해서 노래로 끝났다. 그녀가 보내주는 뉴진스의 가사 한 구절들은 때로는 암호 같았고, 때로는 너무 명확해서 아찔했다. "ETA가 언제인지 말해줘." 그녀가 보낸 메시지는 단순한 노래 가사인지, 아니면 우리 관계의 다음 단계를 묻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가을이 깊어갈수록 세연의 목소리에서는 불안정함이 느껴졌다. "우리 이대로 괜찮을까?" 그녀가 물었을 때, 난 확신에 찬 대답 대신 "뉴진스의 새 앨범 들어봤어?"라는 질문을 던졌다. 도망치는 건지, 지키려는 건지 나조차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겨울이 시작될 무렵, 세연은 갑자기 말했다. "썸이라는 건 영원할 수 없어. 결국엔 누군가 지치게 되어 있어." 그날 밤 비가 내렸고, 그녀의 우산 아래서 우리는 마지막으로 뉴진스의 노래를 함께 들었다.

오늘, 무작위 재생으로 들려온 '하입 보이'에 나는 멈춰 섰다. 세연과의 기억이 한 편의 뮤직비디오처럼 재생된다. 모든 관계가 명확한 정의를 필요로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우리는 너무 오래 정의되지 않은 감정 속에 머물렀는지도 모른다.

스마트폰을 열어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았던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ETA는 지금이야." 보내고 나서야 깨닫는다. 어떤 관계는 오직 불확실함 속에서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어떤 노래들은 그 순간이 지나면 다시는 예전처럼 들을 수 없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