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타기 직장: 53층의 위험한 신호
그녀가 커피 한 잔을 내 책상 위에 올려놓는 순간, 오피스 전체가 우리의 비밀을 알게 될 거라고 확신했다. 유리벽으로 둘러싸인 53층 사무실에서 비밀이란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오늘도 야근이에요?" 수민의 목소리는 늦은 저녁의 고요함을 깨뜨렸다. 그녀의 향수 냄새가 커피향과 섞여 내 감각을 마비시켰다. 대리로서의 이성과 한 남자로서의 본능 사이에서 나는 매일 밤 줄타기를 했다.
우리의 썸타기는 세 달 전, 회사 창립 10주년 파티에서 시작됐다. 샴페인 두 잔과 테라스에서의 대화, 서울 야경을 배경으로 한 그녀의 미소. 그때는 이것이 얼마나 위험한 게임인지 몰랐다.
"팀장님이 지나가며 또 우리를 봤어요." 수민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녀의 입술이 살짝 휘어지면서 만든 미소에는 위험과 매력이 공존했다. "소문이 돌기 시작했대요."
회사 메신저의 깜빡임, 엘리베이터에서의 우연한 만남, 회의실 예약 시간의 겹침. 이 모든 것들이 의도된 우연이었다. 직장 내 사내연애 금지 정책이 있는 회사에서, 우리는 불을 가지고 노는 아이들과 다름없었다.
"내일 서류 검토해야 할 게 있는데,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그녀의 메시지는 언제나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었다. 업무용 메시지 속에 숨겨진 개인적인 초대장. 우리는 코드처럼 대화했고, 그것이 스릴을 더했다.
점점 대담해지는 우리의 게임은 과감한 눈길 교환, 회의 중 무릎 아래 스치는 접촉으로 발전했다. 위험할수록 매력적이었다. 매일 아침 출근길 엘리베이터에서 그녀를 마주치는 것이 하루의 목표가 되어버렸다.
어느 날 밤, CEO의 이메일이 전체 직원에게 발송됐다. "회사 내 부적절한 관계에 대한 경고". 구체적인 이름은 없었지만, 우리를 향한 메시지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날 밤 수민과 나는 처음으로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
"우리 이대로 괜찮은 걸까요?" 그녀의 눈에서 불안과 설렘이 교차했다. 나는 대답 대신 그녀의 손을 잡았다. 머리로는 이것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슴은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인사팀에서 나를 호출했다. 회의실로 들어가는 순간, 수민이 이미 그곳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고, 책상 위에는 두 장의 서류가 놓여있었다. 하나는 사직서였고, 다른 하나는... 승진 통지서였다. 선택은 우리의 몫이었다. 직장과 썸타기, 둘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다는 회사의 무언의 압력 앞에서, 우리의 눈빛은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