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직장: 누군가의 인생을 사는 방법
나는 매일 아침 7시 정각에 죽는다. 알람이 울리면, 어제의 나는 사라지고 오늘의 나로 다시 태어난다. 남편은 이 사실을 모른다. 그는 내가 여전히 그의 아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기술적으로는, 나는 정말 그의 아내다.
오늘도 남편에게 키스하고 현관문을 나선다. 나의 직장은 다른 여자의 인생을 사는 것이다. 매일 아침, 나는 검은색 펜던트를 목에 걸고 다른 여자의 인생으로 들어간다. 그녀의 기억, 그녀의 습관, 그녀의 일상. 오늘의 나는 35세 마케팅 디렉터 김지영이다. 목걸이를 만지작거리며 지하철에 올라타자 지영의 의식이 내 안으로 흘러들어온다. 오늘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이 있다는 긴장감. 남편과의 말다툼에서 오는 미묘한 후회감. 세 번째 시험관 아기 시술의 실패로 인한 우울함.
정부 기관 X의 비밀 요원으로서, 나의 임무는 24시간 동안 그녀의 삶을 살며 특정 행동 패턴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녀가 테러 조직과 연결되어 있는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지를 판단한다. 나는 그들이 "수상한" 인물들이라고 분류한 사람들의, 죄 없는 하루하루를 훔쳐본다.
회사에 도착하자 동료들이 반갑게 인사한다. 지영의 입술로 미소 짓고, 지영의 손으로 커피잔을 든다. 사무실 창문으로 쏟아지는 햇살에 지영의 눈이 부신다. 그녀의 컴퓨터 비밀번호를 치는 손가락이 망설임 없이 움직인다. 이것이 내 직장에서의 일상이다. 완벽한 위장, 완벽한 침투.
점심시간, 지영의 친구 소연과 식사를 한다. 소연이 속삭인다. "어제 말했던 그 일... 생각해봤어?" 지영의 기억을 더듬어 찾아보지만 이 대화에 대한 기억은 없다. 이상하다. 보통은 모든 기억이 전송된다. "그... 그 일?" 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소연의 눈이 날카로워진다. "괜찮아? 이상하게 굴어." 내 심장이 빨라진다. 뭔가 놓치고 있다.
오후 회의에서 지영은—아니, 내가—멋지게 프레젠테이션을 마친다. 박수 소리와 함께 이상한 현기증이 밀려온다. 화장실로 달려가 거울을 본다. 거울 속에는 지영의 얼굴이 있다. 하지만 눈동자 깊숙한 곳에서 낯선 빛이 일렁인다. 갑자기 머릿속에 지영의 목소리가 울린다. '누구세요? 제 몸에서 나가주세요.'
손이 떨린다. 이런 적은 없었다. 대상이 의식을 되찾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지영의 손이 내 의지와 관계없이 목의 펜던트를 잡아당긴다. 공포에 질려 저항하지만, 내 손—아니, 지영의 손—은 이미 펜던트를 벗겨내고 있다.
사무실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이상하게 가볍다. 나의 움직임이 아니다. 지영의 책상 서랍에서 그녀는 작은 노트를 꺼낸다. 첫 페이지에는 깔끔한 필체로 적혀있다: "정부 감시 프로그램의 증거 기록 - 김지영". 그 아래로 수십 개의 날짜와 이름들. 모두 내가 지난 5년간 맡았던 대상자들이다.
두 번째 페이지를 넘기자 나의 진짜 이름이 보인다. 그리고 내 남편의 이름. 그리고 내 집 주소. 지영의 웃음소리가 머릿속에 울린다. '이제 우리가 당신의 인생을 살 차례예요.'
어제의 나는 죽었다. 그리고 오늘, 나는 다시 죽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마도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