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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취업

아내의 취업: 그림자 뒤의 진실

그녀가 취업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진심으로 기뻤다고 생각했다. 아내의 눈에서 오랜만에 보는 반짝임은 봄날의 첫 햇살 같았으니까. 그러나 내가 진정 기뻤는지는, 이제 와서 의문이다.

"드디어 됐어! CK 마케팅에서 합격 통보가 왔어!" 아내의 목소리가 부엌에서 울려 퍼졌다. 커피를 마시던 내 손이 잠시 멈췄다. 손목시계를 확인하며 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이력서가 쌓여가던 책상, 밤마다 들려오던 키보드 타닥거리는 소리, 면접 후 돌아와 침대에 털썩 누워 한숨짓던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축하해, 정말 대단하네." 입에서 나온 말은 진심이었다. 그 순간만큼은.

아내는 지난 3년간 경력 단절 여성이었다. 결혼 후 내 발령으로 이사를 오면서 그녀는 안정적이던 직장을 그만두었다. "괜찮아, 곧 새 직장을 구할 수 있을 거야"라는 말이 얼마나 쉽게 깨지는지, 우리는 그때 몰랐다.

첫 달급여가 통장에 찍히던 날, 아내는 고급 일식집에서 저녁을 사겠다고 했다. 사시미를 집어 들며 그녀가 말했다. "이제 우리 집에도 두 개의 급여가 들어오네." 와사비의 매운 향이 코를 찔렀다. 내 안에서 무언가가 불편하게 꿈틀거렸다.

그날 밤 잠들기 전, 아내는 내 팔에 기대어 말했다. "이제 내가 조금 더 도울 수 있어서 다행이야."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으로는 '도움'이란 단어가 가슴을 찔렀다. 나만으로는 부족했다는 의미일까?

아내의 일상이 바뀌었다. 아침 일찍 나가 저녁 늦게 돌아오는 날이 잦아졌다. 회식, 팀 빌딩, 워크숍. 낯선 이름들과 얼굴들이 그녀의 대화에 등장했다. 그중에는 '민재 팀장님'이란 이름이 유독 자주 나왔다. "민재 팀장님이 내 기획안을 칭찬하셨어." "민재 팀장님 덕분에 이번 프로젝트가 무사히 끝났어."

어느 토요일 아침, 아내가 출근 준비를 하고 있을 때 물었다. "토요일에도 출근이야?" 그녀는 거울 앞에서 머리를 매만지며 대답했다. "응, 중요한 클라이언트 미팅이 있어. 민재 팀장님이 내 도움을 요청하셨거든." 향수 한 번 뿌리고 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우리 집 냉장고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그날 밤, 핸드폰을 들여다보던 아내가 웃음을 터뜨렸다. "뭐가 그렇게 재밌어?" 내가 물었다. "아, 회사 단체 채팅방이야. 오늘 미팅 후 있었던 일인데..." 그 뒤로 이어진 설명은 내게 외계어처럼 들렸다. 그녀의 세계에 나는 없었다.

어제 아내의 노트북을 빌리려다 실수로 그녀의 이메일을 보았다. 거기엔 민재 팀장이란 사람의 메일이 있었다. "오늘 회의에서 당신의 의견이 정말 빛났어요. 당신 같은 인재를 알아보지 못했다면 큰 손실이었을 거예요." 읽고 나서 창을 닫았다. 기밀을 엿본 도둑처럼 슬그머니.

오늘 아침, 아내는 출근하면서 내게 입맞춤을 했다. 전과 다름없이. 하지만 나는 달라졌다. 그녀의 취업이 우리에게 가져온 것이 정말 행복인지, 아니면 서서히 우리를 갈라놓는 금인지, 분간할 수 없게 되었다. 아내의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하지 못하는 나의 모습이, 어쩌면 우리 관계의 진짜 그림자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