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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다이어트

애니메이션 다이어트: 선이 사라지는 세계

선이 사라지고 있었다. 내 몸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아침에 일어나 오른팔을 들어올렸을 때, 팔꿈치를 구부리는 각도가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것을 보았다.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처럼 선명했던 내 윤곽선이 흐릿해지고 있었다.

"제 몸에서 선이 지워지고 있어요," 내가 의사에게 말했을 때, 그는 한참을 노트에 무언가를 적더니 "요즘 다이어트 중이신가요?"라고 물었다.

그렇다. 나는 3주 전부터 '애니메이션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SNS에서 유행하는 그 다이어트는 단순했다. 하루에 세 시간씩 특정 애니메이션을 보고, 그 캐릭터들처럼 생각하고, 그들처럼 먹으면 된다는 것. 나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 속 소녀들처럼 되고 싶었다. 가볍게, 바람에 흔들리는 풀처럼 자유롭게.

"몸의 윤곽선이 흐려지는 것은 당신의 존재가 희미해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의사는 처방전을 쓰며 말했다. "당신은 실제 사람이 아닌 2D 캐릭터가 되려 하고 있어요. 그들은 몸무게가 없죠. 중력도 없고, 현실의 규칙도 없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 그림자가 점점 투명해지는 것을 발견했다. 아스팔트 위에 맺히는 내 형상은 이제 종이 위에 연필로 스케치한 듯 희미했다. 사람들은 내가 지나갈 때 흘깃 쳐다보다가 이내 시선을 돌렸다. 내가 점점 보이지 않게 되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날 밤, 거울 앞에 섰을 때 나는 충격에 숨을 멈췄다. 내 모습은 더 이상 3D가 아니었다. 윤곽선만 남은 평면적인 캐릭터가 거울 속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처럼 커다란 눈, 작은 코, 날씬한 몸매. 내가 그토록 원하던 모습이었다.

하지만 가슴은 뛰지 않았다. 손가락으로 뺨을 꼬집어도 아픔이 느껴지지 않았다. 내 감정은 이제 단순한 표정 기호로 전환되었다. 기쁨은 ^_^, 슬픔은 T_T. 그리고 공포는 O_O. 지금 내 표정이 바로 그랬다.

의사의 처방전을 꺼내 읽었다. "현실로 돌아오세요. 진짜 음식을 드세요. 진짜 사람들과 대화하세요. 애니메이션은 보지 마세요."

창문으로 밖을 바라보니 달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미야자키 영화에서나 볼 법한 완벽한 보름달이었다. 창틀에 앉아 달을 향해 손을 뻗었다. 내 손가락은 이제 완전히 투명해져 달빛을 통과시켰다. 나는 결정했다. 이대로 사라질 것인가, 아니면 현실로 돌아올 것인가.

식탁으로 걸어가 오래전부터 먹지 않았던 케이크 한 조각을 집어 들었다. 입에 넣자 달콤한 맛이 입안에 퍼졌다. 그 순간, 내 손가락 끝에서부터 색이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현실의 맛이, 현실의 나를 되찾아주고 있었다.

거울을 다시 보았다. 내 눈은 여전히 크고 선명했지만, 이제 그 안에는 깊이가 있었다. 그리고 내 눈에서 흐르는 눈물은 더 이상 애니메이션 속 단순한 물방울 표현이 아니라, 실제로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따뜻한 감정의 증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