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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취업: 선 밖에 그린 꿈

일곱 번째 지원서를 작성하다 멈춘 시간은 새벽 3시 27분이었다. 모니터 화면 속 내 이력서는 완벽했지만, 세상은 그걸 원하지 않는 것 같았다.

"애니메이터 지망생 김주현, 28세, 경력 없음." 내 소개를 한 줄로 압축하면 이게 전부였다. 책상 위에는 오랫동안 만지지 않은 태블릿과 수백 장의 스케치가 쌓여 있었다. 방 한쪽 벽면은 내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포스터들로 가득했고, 그 앞에 놓인 작은 탁자 위에는 식은 라면과 반쯤 남은 커피가 놓여 있었다. 액정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빛만이 어둠 속에서 나를 비추고 있었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중얼거리며 창밖을 바라봤다. 도시의 불빛들이 멀리서 반짝였고, 누군가의 삶은 여전히 흘러가고 있었다.

대학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했을 때, 교수님은 내 그림을 보고 "감각이 있다"고 했다. 그 말을 믿었다. 밤새워 그림을 그리고,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 행복했다. 졸업 작품은 작은 페스티벌에서 상까지 받았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경력자 우대", "3년 이상 경력 필수", "관련 업계 경험자만"—이런 문구들이 모든 채용공고에 붙어 있었다.

여덟 번째 지원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이번엔 소규모 스타트업이었다. 요구사항은 덜 까다로웠지만, 급여도 그만큼 적었다. 마감 시간은 내일 오후 6시. 포트폴리오를 다시 한번, 그러나 이번엔 조금 다르게 구성해야 했다.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 새벽에 누구지? 화면을 봤다. '정우현 감독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세 달 전,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명함을 건네받은 그 감독님이었다.

"김주현 씨? 자고 있었나요?" 시간을 확인하고 미안해하는 목소리였다.

"아니요, 일하고 있었어요."

"열정적이군요. 좋습니다." 감독님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실은 프로젝트 하나가 생겼는데, 주현 씨 포트폴리오가 자꾸 생각나서요. 특별한 감각이 있더군요. 내일 시간 되면 만나서 이야기 나눌 수 있을까요?"

통화를 마치고 몸이 떨렸다. 창가로 걸어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새벽공기가 차가웠지만, 가슴은 뜨거웠다. 벽에 붙은 애니메이션 포스터들을 바라봤다. 그들도 모두 누군가의 꿈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태블릿을 다시 켜고 먼지를 털어냈다. 오랜만에 펜을 들었다. 선이 화면 위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내가 가장 잘 그릴 수 있는 것, 내가 세상에 보여주고 싶은 것. 취업을 위한 포트폴리오가 아닌, 내 영혼을 담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에 어느새 새벽빛이 번지고 있었다. 어쩌면 오늘, 내 애니메이션 인생의 첫 장이 열릴지도 모른다. 펜을 든 내 손가락에는 여전히 굳은살이 남아 있었고, 그것은 포기하지 않았다는 증거였다. 선을 넘어, 프레임을 벗어나, 마침내 내 꿈의 색을 칠할 시간이 온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