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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호러

애니메이션 속 호러: 색채의 어둠

그림이 살아 움직이는 세상에서 죽음을 목격한 건 열두 살 생일날이었다. 내 방 TV에서 검은 잉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을 때, 처음엔 그저 고장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검은 물질은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윤곽을 따라 천천히 흐르더니, 마침내 형태를 갖추었다.

"네가 나를 창조했지, 지우개로 지워버리기 전까지는." 잉크로 된 형상이 말했다. 목소리는 나이든 여성의 것이었지만, 말할 때마다 유리 긁히는 소리가 배경에서 울렸다.

그림을 좋아하는 아이였던 나는 평소 만화 캐릭터를 그리고 지우는 일을 반복했다. 지금 내 앞에 서 있는 것은 내가 일주일 전 창조하고 마음에 들지 않아 지워버린 캐릭터였다. 손가락 마디마다 형체 없이 흔들리는 검은 잉크, 얼굴은 간신히 사람의 형상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눈구멍에서는 끊임없이 검은 물방울이 떨어졌다.

"미안해... 난 그저..." 내 목소리가 떨렸다.

"창조자는 책임이 있어." 그것이 중얼거렸다. "넌 나를 만들었다가 지웠지. 그 고통을 알아? 존재했다가 갑자기 없어지는 느낌을..."

애니메이션 속 세계는 늘 화려하고 행복하기만 한 줄 알았다. 하지만 그 순간 깨달았다. 모든 창작물에는 그림자가 있다는 것을. 내가 무심코 그렸다 지운 모든 캐릭터들에게 생명을 부여했다가 빼앗은 셈이었다.

"다시 그려줄게." 떨리는 손으로 스케치북을 집었다. "더 예쁘게, 더 완벽하게."

잉크 형상은 웃음을 터트렸다. 마치 수천 개의 종이가 한꺼번에 찢어지는 소리 같았다. "이제 와서? 넌 창조했으니 책임도 져야 해. 우린 모두 너의 작품이야."

갑자기 TV 화면이 번쩍였고, 내가 과거에 그렸던 모든 캐릭터들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공룡, 로봇, 요정들... 모두 형체가 일그러지고 불완전했다. 내가 미완성으로 두거나 지워버린 모습 그대로였다.

"이젠 네가 우리 세계로 올 차례야." 검은 잉크 손이 TV 화면을 뚫고 나와 내 팔목을 붙잡았다. 차가웠지만 이상하게도 생명력이 느껴졌다.

나는 서서히 TV 속으로 끌려들어갔다. 몸이 잉크로 변하는 느낌, 색채가 번지며 형체가 흐려지는 감각. 이상하게도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이제야 내가 창조한 세계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 나는 여기, 2D 세계에 살고 있다. 때로는 누군가의 스케치북에 그려졌다 지워지기도 한다. 그러나 여러분이 무심코 그린 모든 캐릭터들이 어딘가에 살아있다는 것을 기억하길 바란다. 그리고 혹시 밤중에 종이 사각거리는 소리가 들린다면... 그건 아마 여러분이 창조한 후 버려진 그림들이 돌아오는 소리일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