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취업: 삼십도의 문턱에서
에어컨 바람이 멈추는 순간, 방 안에는 다시 삼십도의 현실이 들어찼다. 오늘도 세 번째 불합격 통지를 받은 민준은 노트북을 덮었다. 화면 속에서 반짝이던 '지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만,'이라는 문장의 잔상이 눈앞에 남아있었다.
여름이 오기 전에는 모든 게 가능할 것 같았다. 봄에 졸업장을 손에 쥐던 날, 취업은 그저 시간문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름은 뜨겁게 찾아왔고, 그의 자신감은 에어컨 실외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처럼 허공으로 증발했다.
"이런 날씨에 정장 입고 면접 보러 다니는 건 고문이야." 민준은 창문을 열었다. 밖에서는 매미들이 요란하게 울어댔다. 그 소리가 그의 귓가에 '취-업, 취-업'으로 들려왔다.
냉장고에서 꺼낸 맥주 한 캔이 손바닥에 땀과 섞여 미끄러졌다. 초인종이 울렸다. 문을 열자 대학 동기 태현이 서 있었다. 손에는 편의점 비닐봉지.
"야, 이 더위에 취준생 방문하는 친구 점수 몇 점?" 태현은 웃으며 들어왔다.
"너 덕분에 에어컨 다시 켜야 해서 마이너스 백 점." 민준도 웃었다.
태현은 취업했다. 대기업은 아니었지만, 중소기업에서 일하며 매달 월급을 받고 있었다. 비닐봉지에서 소주와 안주를 꺼내는 그의 손목에는 얼마 전 산 시계가 반짝였다.
"또 떨어졌다며?" 태현이 물었다.
"응, 세 번째." 민준은 한숨을 쉬었다. "네 회사는 사람 안 뽑아?"
태현이 잠시 침묵했다. "사실... 그거 말하러 왔어. 우리 팀에 자리 하나 났어."
민준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에어컨 바람도 더 시원하게 느껴졌다.
"근데..." 태현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연봉이 네가 지금 지원하는 데보다 많이 적어. 그리고 야근도 자주 해."
여름 햇살이 창문을 통해 들어와 방 안을 밝게 비췄다. 민준은 태현과 창문 밖을 번갈아 보았다. 바깥의 아스팔트는 햇볕에 달궈져 아지랑이를 피워 올리고 있었다.
"내일 면접 있어?" 태현이 물었다.
"응, 세 군데." 민준이 대답했다. "정장 셔츠가 다 젖어서 세탁소에 맡겼어."
태현은 소주잔을 들었다. "건투를 빌어."
민준도 맥주캔을 들었다. 건배를 하는 순간, 그는 문득 깨달았다. 지금 이 순간, 이 더운 여름날, 취업이라는 문을 두드리며 흘리는 땀방울 하나하나가, 언젠가 그를 어딘가로 데려다 줄 거라는 것을.
에어컨의 바람은 계속해서 방을 시원하게 했지만, 민준의 마음속에서는 뜨거운 결심이 자라고 있었다. 어쩌면 내일, 어쩌면 한 달 후, 어쩌면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올 때쯤. 그는 알고 있었다. 모든 여름은 끝나고, 모든 문은 언젠가 열린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