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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사친다이어트

여사친의 위험한 다이어트

준호의 휴대폰이 새벽 3시에 울렸을 때, 그는 민지의 목소리가 이렇게 무너져 내리는 것을 처음 들었다. "나... 더 이상 못 걷겠어." 목소리가 떨리는 전화기 너머로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민지와 준호는 '그냥 친구'였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그리고 같은 대학으로 진학한 15년지기 여사친과 남사친. 서로의 연애담을 들어주고, 시험기간에는 함께 밤새며 공부하는 그런 관계였다. 민지가 다이어트를 시작한 것도 준호가 처음 알았다. "너한테는 말하면 말릴 것 같아서."

한달 전, 민지의 인스타그램은 갑자기 '건강한 식단'과 '운동 인증샷'으로 가득 찼다. 준호가 물었을 때 그녀는 가볍게 웃으며 "여름까지 5kg만 빼려고" 했다. 그런데 그 5kg은 곧 8kg이 되었고, 그 후 10kg으로 목표가 바뀌었다. 준호는 살이 빠져가는 민지의 뺨을 보며 불안했지만, '여사친일 뿐'이라는 생각에 깊게 간섭하지 않았다.

새벽의 전화를 받고 준호가 달려간 곳은 대학 근처 공원이었다. 그곳에서 운동복 차림의 민지가 벤치에 쓰러져 있었다. 창백한 얼굴, 마른 입술, 그리고 이전의 생기 넘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매일 밤 몰래 나와서 뛰었어. 낮에는 500칼로리만 먹고..." 민지의 고백에 준호의 가슴이 무너졌다.

병원에서 의사는 단호했다. "심각한 영양실조와 과도한 운동으로 인한 탈진 상태입니다. 당장 입원해야 합니다." 민지의 손을 잡고 있던 준호는 그제서야 그녀의 손가락이 얼마나 가늘어졌는지 깨달았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을 - 자신이 얼마나 민지를 아끼고 있는지도.

병실에서 민지는 눈물을 흘렸다. "내가 예뻐지면 네가 날 다르게 볼 줄 알았어." 15년간 쌓아온 '여사친'이라는 벽이 한 순간에 무너졌다. 준호는 깨달았다. 민지의 다이어트는 자신을 향한 것이었고, 그는 그 신호를 읽지 못했다.

"바보야, 네가 예뻐서가 아니라 네가 너라서 좋아하는 거야." 준호의 말에 민지의 눈에서 다시 눈물이 흘렀다. 그날 이후 그들은 함께 민지의 회복 과정을 걸었다. 영양사와 상담하고, 건강한 식단을 짜고, 적절한 운동을 찾아갔다.

1년 후, 민지의 졸업 전시회장. 그녀의 작품 중앙에는 거울 앞에 선 여성의 뒷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거울 속에는 실제보다 훨씬 마른 모습이 비쳤고, 그림 제목은 단 한 마디였다. '여사친'. 그리고 그 아래 작은 글씨로 - "때로는 가장 가까운 사람이 보지 못하는 것을 우리 자신도 보지 못한다".

준호는 그림 앞에서 민지의 손을 꼭 잡았다. 이제 그들은 '여사친'과 '남사친'이 아니었다. 그저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법을 배운 두 사람일 뿐이었다. 때로는 다이어트보다 더 어려운 것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법임을, 그리고 그 과정에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임을 그들은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