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사친의 취업: 우리가 나눈 최후의 커피
유리창에 부딪혀 미끄러지는 빗방울처럼, 그녀의 말은 내 귀에 들어왔다 흘러내렸다. "나 다음 주에 시애틀로 발령받았어." 커피숍의 재즈 음악이 갑자기 잘 들리지 않았다. 민지는 4년 동안 내 여자사람친구였다. 여사친. 그 애매한 경계의 단어가 우리 관계의 모든 것을 정의했다.
민지는 스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아메리카노를 양손으로 감싸 쥐었다. 그녀의 손톱에는 딥블루 매니큐어가 칠해져 있었다. 취업준비생 시절 함께 스터디카페를 전전하던 그 때는 늘 무색 투명한 매니큐어였는데. 이제 그녀는 글로벌 테크 기업의 프로젝트 매니저가 되어 태평양을 건너간다.
"축하해." 내 목소리는 커피 거품처럼 가볍게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취업의 벽에 계속 부딪히는 나와 달리, 민지는 언제나 한 걸음 앞서 있었다. 대학 시절부터 그랬다. 같은 스터디 그룹에서 만나 함께 밤을 새우고, 서로의 자소서를 봐주고, 모의면접을 봐주던 그 시간들이 스크린세이버처럼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기억나? 우리 처음 만났을 때." 민지가 말했다. "경영학 원서 사려고 줄 섰는데 돈이 모자랐던 거."
"내가 천 원 빌려줬지." 나는 웃었다. "그리고 넌 다음 날 정확히 천 원과 함께 카페인 음료수를 가져왔고."
"난 빚을 좋아하지 않아." 그녀가 미소 지었다. 창밖으로 환한 오후 햇살이 비쳐 들어왔고, 그 빛이 그녀의 얼굴 윤곽을 따라 부드럽게 흘렀다. 취업 준비의 그 어두운 터널을 지나온 후의 빛이랄까. 민지에게서는 이제 자신감이 빛처럼 뿜어져 나왔다.
"너도 곧 좋은 소식 있을 거야." 그녀가 말했지만, 우리 둘 다 그것이 형식적인 위로임을 알고 있었다. 나는 이번에도 최종면접에서 떨어졌다. 16번째 탈락이었다.
"시애틀에는 비가 많이 온대." 화제를 돌렸다. "우산 챙겨가."
민지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도 우산 챙겨. 인생이라는 비에 젖지 않게."
우리는 4년 동안 수십 번의 커피를 마셨다. 때로는 시험공부를 하며, 때로는 취업 불합격 통지를 받고 서로를 위로하며. 그러나 이 커피가 마지막일 줄은 몰랐다. 민지의 휴대폰이 울렸다. 회사에서 온 전화였다. 그녀는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그녀가 전화를 받으며 카페 문을 나서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때 깨달았다. 우리의 관계는 늘 '여사친'이라는 안전한 경계선 안에 있었지만, 민지가 태평양을 건너면 그 경계선마저 희미해질 것이다. 취업이라는 현실이 우리를 갈라놓고 있었다. 나는 테이블 위에 그녀가 마시다 만 커피를 바라보았다. 아직 따뜻했다. 민지의 립스틱 자국이 선명한 커피잔 테두리에, 말하지 못한 내 마음이 물거품처럼 일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