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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친뉴진스

여친과 뉴진스: 우리가 듣던 노래

여자친구의 카톡 프로필이 바뀐 건 한 달 전이었다. 뉴진스 멤버들의 사진으로. 그땐 그저 새로운 취향이 생겼나 보다 생각했다. 내가 알던 그녀는 힙합과 R&B만 들었으니까.

"오빠, 나 요즘 뉴진스에 푹 빠졌어. 너무 좋아." 통화 중에 그녀가 말했다. 목소리에서 들리는 활기가 낯설었다. 6년 동안 한번도 아이돌에 관심을 보이지 않던 사람이었는데. 나는 웃으며 "그래? 갑자기 왜?"라고 물었다. 그녀는 잠시 침묵했다가 "그냥... 노래가 좋아서."라고 답했다.

얼마 후 그녀의 인스타그램은 뉴진스 관련 콘텐츠로 가득 찼다. 콘서트 티켓팅을 위해 밤을 새우고, 음반 구매를 위해 아르바이트까지 시작했다. 주말 데이트는 줄고, 만나도 뉴진스 이야기뿐이었다. 나는 조금씩 그녀와의 거리가 멀어짐을 느꼈다.

"딕키즈! 어때? 멋지지 않아?" 한 달 만에 만난 그녀는 뉴진스 공식 응원봉을 흔들며 물었다. 입가에 미소를 띄우려 노력했지만, 그녀의 눈에서 읽히는 낯선 열정이 나를 불편하게 했다. 우리 사이에 갑자기 생긴 이 새로운 취미가, 왜 이렇게 커다란 벽처럼 느껴지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오빠, 딕키즈 보면서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알아?" 라면을 먹으며 그녀가 말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그녀가 뉴진스에게서 찾은 것은 단순한 음악이 아니었다. 그건 우리 관계에서 점점 사라져가던 무언가였다.

"나... 잠시 시간이 필요해." 일주일 후, 그녀의 메시지가 왔다. 이유는 말하지 않았지만, 나는 알았다. 우리의 6년이 그저 익숙함으로 이어져 왔다는 것을. 뉴진스는 그저 그녀가 찾던 새로운 빛이었을 뿐이라는 것을.

오늘, 그녀의 인스타그램에 새 게시물이 올라왔다. 뉴진스 콘서트장 앞, 낯선 남자와 함께 찍은 사진. 표정이 너무 밝아서 가슴이 아팠다. 나는 긴 숨을 내쉬며 '하입 보이'를 재생했다. 이제야 이 노래의 가사가 이해되기 시작했다.

폰 갤러리를 뒤적이다 발견한 우리의 마지막 사진. 그녀의 이어폰을 함께 나눠 끼고 뉴진스의 노래를 처음 들었던 날이었다. 그때 그녀의 눈에서 본 반짝임이, 사실은 작별의 시작이었다는 걸 그땐 몰랐다. 가끔은 우리가 듣던 노래가 아닌, 듣지 못했던 말들이 더 중요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