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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친취업

여친과 취업: 영수증 속 비밀

그녀의 지갑에서 떨어진 영수증을 주우려다 읽게 된 한 줄이, 내 인생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놓을 줄은 몰랐다.

취업 준비 삼 년 차, 오늘도 나는 여자친구 지수와 스터디 카페에서 각자의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마케팅 회사 면접을 앞두고 있었고, 나는 공기업 필기시험을 준비 중이었다. 어느덧 함께한 시간이 2년. 서로의 취업을 위해 응원하며 버텨온 시간이었다. 무더운 여름 오후, 에어컨 바람 아래서 나는 졸음과 싸우고 있었다.

"나 잠깐 화장실 다녀올게." 지수가 일어서며 말했다. 그녀의 지갑에서 무언가가 떨어졌다. 평범한 카페 영수증이었지만, 무심코 본 첨부된 메모가 이상했다.

'면접관 기백 상무님 - 만남 확정. 지난번 정보 유용했음. 이번에도 기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나는 영수증을 다시 바닥에 두었다. 혼란스러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지수가 면접 정보를 내부자에게서 얻고 있다는 건가? 아니면 더 심각한 거래를 하고 있는 건가? 그녀가 돌아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나는 모르는 척 문제집에 시선을 고정했다.

"오늘 집중이 잘 안 돼서 그러는데, 먼저 들어가도 될까?" 지수가 물었다. 평소와 다름없는 목소리였지만, 어딘가 불안해 보였다.

"그래, 난 좀 더 있다 갈게." 최대한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녀가 떠나고, 나는 영수증을 다시 들어 자세히 살펴봤다. 카페 이름이 낯설었다. 우리가 자주 가는 곳이 아니었다. 주소를 찾아보니 그녀의 집과 반대 방향, 강남의 한 호텔 근처였다. 날짜는 일주일 전, 그녀가 "학원 특강"이라며 나를 만나지 못했던 날이었다.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내일은 지수의 면접 날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다 그녀에게 연락했다. "내일 면접 잘 봐. 다 잘 될 거야."

"고마워. 사랑해." 그녀의 답장이 왔다.

다음 날 아침, 나는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그 호텔 카페로 향했다. 직감이라고 할까, 무언가가 나를 이끌었다. 카페에 도착하자 유리창 너머로 지수가 보였다. 하지만 그녀 앞에 앉은 중년 남성은 내가 상상했던 어떤 부적절한 상황도 아니었다. 대신 테이블 위에는 서류 뭉치가 놓여 있었다.

카페에 들어가자 지수의 놀란 얼굴이 보였다. "여기서 뭐 해?" 목소리가 떨렸다.

"김 군이 남자친구인가?" 남자가 물었다. "자네 여자친구가 자네를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아나?"

혼란스러웠다. 테이블 위 서류를 보니 내가 지원하려던 공기업의 로고가 있었다. 지수는 내 손을 꼭 잡고 말했다. "이건 백 상무님이야. 내 친구 아버지시고... 네가 지원하려는 회사 인사팀이셔. 네 서류 한번 봐주시기로 했어."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내 의심은 산산조각 났다. 지수는 자신의 인맥을 통해 나를 돕고 있었던 것이다. 부끄러움과 미안함이 몰려왔다.

백 상무는 "정식 절차는 반드시 거쳐야 하지만, 방향을 조언해줄 수 있다"며 내 이력서를 꼼꼼히 검토해주었다. 일주일 후, 나는 그의 조언대로 수정한 지원서로 서류전형에 합격했다.

취업의 문턱에서 의심했던 여자친구는 이제 내 약혼녀가 되었다. 때로는 가장 가까운 사람을 의심할 때, 그 너머에 있는 진실이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따뜻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수증 한 장이 내게 가르쳐준 교훈, 신뢰의 가치는 어떤 취업 성공보다 값진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