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취업까지: 나를 찾아 떠난 길
나는 이력서를 태평양에 띄워 보냈다. 문자 그대로가 아니라, 백 번째 지원서를 제출한 후 모든 것을 포기하고 배낭 하나만 메고 공항으로 향했다는 뜻이다. 취업 실패라는 무게에 짓눌려 숨이 막혔다. 목적지는 정하지 않았다. 그저 도착한 곳이 목적지였다.
발리의 우붓에 도착한 첫날, 폭우가 쏟아졌다. 비가 내린 후의 공기는 이상하게도 서울의 그것과 달랐다. 더 무거웠지만 동시에 더 자유로웠다. 허름한 호스텔 방에 누워 천장의 얼룩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둘째 날, 우연히 만난 호주 출신 여행자 에밀리는 라이스 테라스를 함께 걷자고 제안했다. 그녀는 회계사를 그만두고 1년째 여행 중이었다. "인생은 이력서에 쓸 내용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아니야. 이력서는 그저 인생의 부산물일 뿐이지." 그 말이 내 귓가에 맴돌았다.
셋째 날, 작은 카페에서 노트북을 열었다. 지난 3년간 나를 괴롭혔던 취업 지원서 대신, 여행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손가락이 키보드 위를 춤추듯 움직였다. 글을 쓰는 내내 향신료와 커피 향이 뒤섞인 공기가 나를 감쌌다. 창밖으로는 오토바이가 끊임없이 지나갔고, 현지인들의 웃음소리가 바람을 타고 들려왔다.
1주일 후, 우연히 들른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한 스타트업 창업자와 대화를 나눴다. 그는 내가 쓴 여행 블로그를 보더니 눈을 반짝였다. "당신의 글에는 진정성이 있어요. 우리 팀에 콘텐츠 작가가 필요한데, 관심 있으세요?"
그 제안은 농담처럼 들렸다. 서울에서 백 번을 지원해도 얻지 못했던 기회가 이국적인 카페에서 우연히 찾아왔다. 처음에는 원격으로 일주일에 두 개의 글을 쓰는 일이었다. 그리고 한 달 후, 그들은 정규직 제안을 해왔다.
여섯 달이 지난 지금, 나는 발리와 서울을 오가며 일한다. 내 이력서에는 '여행 콘텐츠 스페셜리스트'라는 새로운 직함이 추가되었다. 가끔은 서울의 카페에서 취업 준비생들이 이력서를 쓰는 모습을 본다. 그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때로는 목적지를 잃어야 진짜 길을 찾을 수 있다고.
어제는 새로운 인턴이 입사했다. 그녀의 첫 질문이 인상적이었다.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되셨어요?" 나는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글쎄요, 이력서를 태평양에 띄워 보냈더니 돌아왔어요." 그녀의 혼란스러운 표정을 보며 생각했다. 모든 여행은 결국 자신에게로 돌아오는 길이라는 것을, 그녀도 언젠가 알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