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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직장

굴레 밖의 영상: 그가 직장을 떠난 진짜 이유

그가 사표를 던진 건 회의실 스크린에 흐르던 3초짜리 영상 때문이었다.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지만, 오직 김준호만이 그 짧은 순간에 자신의 미래를 보았다.

"이번 분기 실적 보고는 여기까지입니다." 부장의 목소리가 메마른 회의실에 울려 퍼졌다. 창밖으로는 도시의 무채색 건물들이 햇빛을 반사하며 빛났다. 준호는 프레젠테이션이 넘어가는 찰나, 화면이 깜빡이며 나타난 짧은 영상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흰머리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 자신이 똑같은 회의실에서 똑같은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15년 후의 모습이었다.

그 날 이후 준호는 사무실 곳곳에서 미래의 조각들을 목격하기 시작했다. 엘리베이터 버튼에 반사된 자신의 모습은 굽은 등을 보여주었고, 화장실 거울에 맺힌 눈동자는 생기를 잃어갔다. 야근을 마치고 지친 몸을 이끌고 귀가할 때 스마트폰 화면에 비친 자신은 마치 기계처럼 움직이는 것 같았다.

"김 대리, 이번 주말에도 특별 프로젝트 때문에 출근해야 할 것 같아요." 과장의 말에 준호는 무감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책상 모니터에는 영상 편집 프로그램이 열려 있었다. 회사 홍보물을 만드는 업무였지만, 준호는 남몰래 자신만의 영상 일기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것은 무의식적인 저항이었다.

직장 생활 7년 차, 준호의 내면에서는 점점 더 큰 균열이 생겨나고 있었다. 밤마다 그는 작은 원룸에서 유튜브를 보며 다른 이들의 여행 영상과 일상 브이로그에 빠져들었다. 그들은 모두 자신의 삶을 스스로 연출하고 편집하며 살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준호 씨, 이거 회람 좀 해주세요." 동료가 건넨 문서를 받아들며 준호는 문득 깨달았다. 그는 타인의 영상 속 주인공이 되는 것을 꿈꾸는 게 아니라, 자신의 삶을 직접 연출하고 싶었던 것이다.

사표를 제출한 날, 준호는 마지막으로 회사 CCTV에 손을 흔들었다. 그의 짐 속에는 오래된 DSLR 카메라가 들어있었다. 사무실을 나서는 순간, 그는 모든 것이 영상의 한 장면처럼 선명하게 느껴졌다. 색이 없던 세상에 갑자기 필터가 씌워진 것 같았다.

오늘, 퇴사 후 정확히 1년이 지난 지금, 준호의 여행 다큐멘터리 채널은 10만 구독자를 돌파했다. 그의 영상 속에는 언제나 한 장면이 등장한다. 굳은 표정의 회사원들이 오가는 그의 옛 직장 빌딩을 멀리서 바라보는 장면. 그리고 자막이 뜬다.

"당신이 주인공이 되는 삶을 살아가세요."

때로는 누군가의 영상 속 엑스트라로 살아가는 것보다, 자신만의 작은 영상을 만들어가는 삶이 더 값진 것인지도 모른다. 준호는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다음 장면을 향해 걸어갔다. 이제 그의 인생은 그 자신이 연출하는 영상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