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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뉴진스

영화 속 뉴진스: 추억의 필름에 새겨진 우리

그녀의 영화관은 언제나 텅 비어 있었다. 저녁 여덟 시, 세계에서 가장 작은 독립 영화관 '필름메모리'의 마지막 상영이 시작될 시간이었지만, 오늘도 관객은 나 혼자뿐이었다. 유리문을 밀고 들어서자 낡은 로비에서 흘러나오는 뉴진스의 'Hype Boy'가 귓가를 간지럽혔다.

"어서 오세요, 김도현 씨." 티켓 부스 뒤에 앉아 있던 서영희 관장이 나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했다. "오늘도 혼자 오셨네요."

나는 쑥스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작은 영화관은 내게 유일한 도피처였다. 특히 요즘처럼 회사가 무너져 내리는 시기에는.

"오늘은 특별한 영화를 준비했어요. 당신만을 위한 영화죠."

영희 관장은 늘 그런 말을 했다. 하지만 오늘은 그녀의 눈빛이 달랐다. 티켓을 건네는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상영관으로 들어서자마자 내 심장이 멈칫했다. 빈 좌석들 사이로 한 여자가 앉아 있었다. 머리를 뒤로 넘긴 그녀의 실루엣이 어딘가 익숙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녀에게서 멀리 떨어진 자리에 앉았다.

영화가 시작되었다. 화면에는 내가 어릴 적 살던 동네가 펼쳐졌다. 학교 운동장, 우리 집 앞 오래된 단풍나무, 그리고... 내 방. 이건 영화가 아니었다. 내 기억이었다.

영화 속 소년은 분명 나였다. 열여섯 살 때의 나였다. 어깨에 멘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에서는 90년대 힙합이 흘러나왔다. 소년은 춤을 추고 있었다. 내가 절대 남들에게 보여주지 않았던, 나만의 공간에서 추던 춤.

"어떻게..."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때, 옆자리에 누군가가 앉는 것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리자 아까 본 여자였다. 가까이서 보니 그녀는 내 첫사랑 민지였다. 고등학교 때 전학 간 후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그 민지.

"오랜만이야, 도현아."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했다.

화면은 계속 변했다. 내가 민지에게 고백했던 순간, 첫 키스를 나눴던 순간, 그리고 그녀가 떠나던 날. 그 모든 순간이 필름처럼 펼쳐졌다.

"이게 다 뭐야?" 내 목소리가 떨렸다.

"나도 몰라." 민지가 웃었다. "영희 할머니가 오라고 해서 왔어. 영화를 보여주고 싶다고."

화면이 바뀌었다. 이번엔 현재의 나였다. 매일 아침 무표정하게 출근하는 나, 회사에서 기계처럼 일하는 나, 그리고 매일 밤 이 영화관을 찾아오는 나. 그리고 마지막 장면, 내가 춤을 추던 순간들이 모자이크처럼 이어졌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혼자일 때만 춤을 추고 있었다.

영화가 끝나고 불이 켜졌다. 민지는 사라졌고, 영화관은 다시 텅 비어 있었다. 로비로 나가자 영희 관장이 미소 짓고 있었다.

"이게 무슨 영화였죠?" 내가 물었다.

"당신의 영화죠." 그녀는 CD 한 장을 내게 건넸다. 그 위에는 뉴진스의 새 앨범 커버가 붙어 있었다. "당신이 놓친 것들에 대한 영화예요. 민지 씨는 뉴질랜드에서 무용단을 운영하고 있어요. 이번 주말에 한국에 공연하러 오신대요."

그날 밤, 나는 CD를 재생하며 오랜만에 춤을 추었다. 새 음악에 맞춰, 과거의 리듬을 찾아가며. 어쩌면 인생이란 낡은 필름과 새 음악이 만나는 순간들의 연속인지도 모른다. 내일은 민지의 공연을 보러 가기로 했다. 세상에 다시 한 번 내 춤을, 내 진짜 모습을 보여줄 준비를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