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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직장

영화 같은 직장: 우리가 모르는 스크린 뒤 이야기

처음 이 회사에 입사했을 때, 내가 실제로 입사한 곳이 영화사가 아니라 영화 속 회사라고 해도 믿었을 것이다. 유리벽 너머로 쏟아지는 햇살, 자기 자리마다 놓인 맞춤형 조명, 그리고 복도를 걸을 때마다 발밑에서 울려퍼지는 자연스러운 배경음악까지. 그러나 이 모든 완벽한 연출 뒤에는 그림자 같은 진실이 숨어있었다.

"정재민 대리, 이번 프레젠테이션 준비 다 됐나요?" 대표이사 김 상무의 목소리는 언제나처럼 부드러웠지만, 나는 이미 그 톤에 숨겨진 냉기를 감지할 수 있었다. 마치 친절한 살인마가 칼을 숨긴 채 웃는 것처럼.

"네, 모두 준비됐습니다." 내 답변은 항상 긍정적이었다. 이 회사에서 '아니오'는 대본에 없는 대사였으니까.

회의실에 들어서자 동료들이 완벽한 타이밍에 고개를 들었다. 마치 리허설을 한 것처럼. 어쩌면 정말 리허설을 했는지도 모른다. 창문 너머로 서울의 스카이라인이 펼쳐졌고, 유리에 반사된 내 모습은 피곤함을 감추기 위해 억지로 웃고 있었다.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하려는 순간, 김 상무가 갑자기 손을 들었다. "잠시만요, 재민 대리. 오늘은 특별한 손님이 있어요." 회의실 문이 열리고 회사에서 가장 무서운 것으로 알려진 전략기획팀 박 이사가 들어왔다. 입사 3년 동안 그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그의 목소리는 놀랍도록 따뜻했다. "오늘은 특별한 날입니다. 여러분들의 직장 생활을 다룬 다큐멘터리 촬영의 마지막 날이거든요."

순간 회의실 벽이 열리며 카메라와 조명 장비, 그리고 수십 명의 제작진이 드러났다. 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난 1년간 여러분의 직장 생활은 실시간으로 전국에 방송되었습니다. '현대 기업의 삶'이라는 다큐멘터리로요." 박 이사는 미소를 지었다. "재민 씨는 우리 프로그램의 스타가 되었어요. 시청자들이 가장 응원하는 캐릭터죠."

내 머릿속에서 지난 1년이 빠르게 재생되었다. 밤샘 업무, 강요된 회식, 억지 웃음, 그리고 끝없는 경쟁... 모든 것이 연출된 리얼리티 쇼였단 말인가?

"축하합니다!" 동료들이 일제히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그들의 얼굴에서 직장 동료의 가면이 벗겨지고 프로 배우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때 김 상무가 내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재민 씨, 다음 시즌도 함께할 수 있을까요? 계약서는 준비되어 있습니다."

나는 그의 손을 잡지 않고 창문 너머 도시를 바라보았다. 이제야 알겠다. 왜 이 사무실의 모든 것이 영화 세트장처럼 완벽했는지. 왜 내 인생이 각본대로 흘러가는 것 같았는지. 하지만 이제, 이 영화의 주인공은 스스로 결말을 선택할 차례였다. 카메라가 클로즈업되는 순간, 나는 결정했다. 이제 내 인생의 감독은 나 자신이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