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컬트 취업: 귀신도 면접을 본다
죽은 사람들의 세계에도 취업 전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내가 사망한 지 정확히 3일 후였다. "지원자 김민수님, 이제 면접을 시작하겠습니다." 앞에 놓인 책상 너머로 회색 안개 같은 형체가 나를 응시했다. 죽음 이후의 세계가 이런 모습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생전 8년 동안 취업에 실패했던 나는 이제 죽어서도 면접을 봐야 했다. '사후 세계 관리국'이라 불리는 이곳은 고층 빌딩으로, 창문 밖으로는 보라색 하늘과 기이하게 뒤틀린 도시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면접관의 목소리는 마른 나뭇가지가 바닥을 긁는 소리 같았다.
"당신의 생전 경력을 보니... 흠, 인상적이지 않군요. 저승 세계에서 어떤 직무를 맡고 싶으신가요?"
목이 바짝 말랐지만, 죽은 몸에는 침이 없었다. "저는... 귀신 업무에 관심이 있습니다. 생전에 공포영화를 많이 봐서..." 내 대답이 어색하게 흘러나왔다.
면접관은 피식 웃었다. "김민수 씨, '귀신'이란 직군은 우리 쪽에선 최고 인기 직종입니다. 경쟁률이 3,000:1이에요. 생전에 특별한 오컬트 경험이나 영적 능력은 있으셨나요?"
나는 침묵했다. 생전에 귀신을 본 적도, 퇴마 의식을 한 적도 없었다. 그저 평범한 취준생이었을 뿐. 면접관은 내 침묵을 눈치챘는지 서류를 넘기며 중얼거렸다. "음, 그렇다면 저승사자 보조, 꿈 배달부, 혹은 환생 상담사는 어떠세요? 초봉이 낮지만 복지는 나쁘지 않아요."
면접장 밖으로는 나 같은 영혼들이 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가 생전처럼 정장을 입고, 이력서를 손에 쥐고 있었다. 죽음조차 취업 전쟁의 끝이 아니었다.
"실은 특별 프로그램이 하나 있어요," 면접관이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오컬트 현장 실습생을 뽑고 있거든요. 산 자들의 세계로 돌아가 한 달 동안 귀신 역할을 해보는 거죠. 평가가 좋으면 정규직 전환 가능합니다."
내 눈이 번쩍 뜨였다. "제가 다시 인간 세계로 갈 수 있다고요?"
"그렇습니다. 단, 조건이 있어요. 당신이 생전에 8년간 면접에서 떨어진 것처럼, 이번에도 실패하면... 영원히 대기실에서 번호표만 뽑는 직업을 맡게 됩니다."
나는 계약서에 서명했다. 다음 날, 나는 내가 살던 아파트 화장실 거울 앞에 서 있었다. 귀신 실습생으로서의 첫 날이었다. 거울에는 내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때 화장실 문이 열리며 한 남자가 들어왔다. 그는 내가 생전에 마지막으로 면접 봤던 회사의 인사팀장이었다. 그가 세면대 앞에 서자, 나는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김민수 지원자... 기억하시나요? 이번에는 제가... 당신을 면접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