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의 마라톤: 취업을 향한 나의 질주
내 인생의 마라톤은 마지막 면접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끝이 날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또 다른 출발선일 뿐이었다.
매일 새벽 다섯 시, 알람 소리가 울리기도 전에 눈이 떠진다. 운동화 끈을 매는 손가락은 이제 그 동작을 기억한다. 아파트 단지를 한 바퀴 돌고, 한강변을 따라 달릴 때면 차가운 새벽 공기가 폐부를 찌른다.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 면접관의 날카로운 질문들이 머릿속에서 메아리친다. "왜 우리 회사인가요?" "당신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답을 찾아 달린다.
운동이 습관이 된 건 취업 준비를 시작했을 때부터였다. 서류 탈락 통지를 받고 무너진 자존감을 다시 일으키는 방법이었다. 명문대 학위도, 화려한 스펙도 없었지만 적어도 내 몸과 마음만은 내가 통제할 수 있었다. 삼십 번째 지원서를 제출하던 날, 10km 개인 기록을 경신했다.
"자기 관리가 철저하시네요." 면접관이 내 이력서를 훑으며 말했다. 취미란에 '마라톤'이라고 적은 것을 보고 한 말이었다. "회사 생활도 마라톤과 같습니다. 꾸준함과 인내가 필요하죠." 내가 대답하자 면접관의 눈빛이 달라졌다.
취업 준비 삼 년 차, 스물여덟 번째 면접이었다. 매번 떨어질 때마다 달리는 거리를 늘렸다. 슬럼프에 빠진 날에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무조건 운동화를 신었다. 때로는 달리면서 울기도 했다. 내 앞에서 춤추듯 사라지는 기회들, 나보다 먼저 취업한 친구들, 부모님의 걱정 어린 시선이 발걸음을 무겁게 했다.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면접관의 질문에 순간 망설였다. 취업 준비 과정? 아니, 그건 너무 뻔했다. "작년 춘천 마라톤 대회에서 35km 지점이었습니다." 내 대답에 면접관들이 귀를 기울였다. "더 이상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을 것 같은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포기하면 지금까지의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된다는 생각으로 완주했습니다. 그때 배웠습니다. 한계는 내가 정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면접이 끝나고 한 달 후, 합격 통지를 받았다. 그날 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운동화를 신었다. 그러나 이번엔 달리지 않았다. 천천히 걸었다. 쉬어도 된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허락하면서.
오늘, 첫 출근길에 새벽 달리기를 했다. 회사 건물이 보이는 한강변을 따라 뛰었다. 취업은 마라톤의 완주가 아니라 새로운 코스의 시작이었다. 이제 다른 종류의 인내와 꾸준함이 필요할 것이다. 운동화 끈을 더 단단히 매며 생각한다. 모든 결승선은 또 다른 출발선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