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남편: 가면 뒤의 진실
조회수가 백만을 넘어서는 순간, 화면 속 남편의 미소는 더욱 환해졌다. 하지만 카메라 너머 실제 그의 눈빛은 죽어있었다.
"여러분, 오늘도 저희 부부의 일상에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남편 민준의 목소리는 항상 그랬듯 활기찼다. 내가 준비한 특제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 물며 그는 과장된 탄성을 내뱉었다. "와, 여보! 이거 정말 천국의 맛이야!" 카메라는 그의 행복한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 나는 미소로 화답했다. 완벽한 '행복한 신혼 부부' 유튜브 채널의 1387번째 연기가 시작된 것이다.
촬영이 끝나고 민준은 언제나처럼 말없이 샌드위치를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는 내 요리를 싫어했다. 아니, 정확히는 카메라 앞에서 먹어야 하는 모든 것을 싫어했다. 그러나 '민준♥서연의 달콤한 일상'이라는 우리 채널에서 아내의 요리에 환호하지 않는 남편은 존재할 수 없었다.
결혼 3년 차, 우리는 침대도, 식탁도, 심지어 대화도 공유하지 않았다. 다만 유튜브 채널만 공유했을 뿐이다. 구독자 200만의 인기 채널. 매달 수천만 원의 수익. 협찬 제품들로 가득 찬 신혼집. 사람들은 우리의 '완벽한 결혼생활'에 열광했고, 우리는 그들이 보고 싶어하는 모습을 연기했다.
"내일은 데이트 콘텐츠 찍어야 해. 강아지 카페 협찬 들어왔어." 민준이 메모장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비즈니스 미팅 같은 우리의 일상 대화였다. "알았어. 핑크색 원피스 입을게." 마치 편성표를 확인하는 방송국 PD와 배우 같았다.
그날 밤,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아 지난 영상들의 댓글을 읽었다. '민준 오빠가 서연 씨를 보는 눈빛이 정말 사랑스러워요!' '이런 남편 어디서 구해요?' '진짜 인생 성공하셨네요!' 웃음이 나왔다. 그들은 편집된 5분 영상 속에서 우리의 전부를 안다고 생각했다.
다음 날 아침, 민준의 자리는 비어있었다. 대신 침대 위에는 편지 한 장. "더 이상 못하겠어. 채널은 네가 가져." 6개의 단어로 3년의 결혼과 2년의 유튜브 경력이 정리되었다. 그날 오후, 나는 혼자 카메라 앞에 앉았다. "여러분, 오늘은 조금 특별한 이야기를 나눌게요." 떨리는 손으로 녹화 버튼을 눌렀다.
그 영상은 우리 채널 역사상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사람들은 가면을 벗은 진짜 이야기에 더 열광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나의 실패한 결혼은 성공적인 콘텐츠가 되었다. 유튜버 남편은 떠났지만, 유튜버 '나'는 남았다. 카메라 앞에서 나는 더 이상 연기하지 않기로 했다. 적어도 지금은... 렌즈를 똑바로 바라보며 진실된 미소를 지었다. 조회수 카운터가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