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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취업

유튜버의 취업: 현실이 된 가상의 꿈

구독자 0명, 조회수 0회. 변치 않는 숫자들이 모니터 속에서 나를 비웃는다. 두 달 전 퇴사 후 시작한 유튜브 채널은 텅 빈 우주처럼 공허했다. 마지막 영상 촬영을 위해 핸드폰을 삼각대에 고정시키며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다'라고 중얼거렸다.

"안녕하세요, 취준생 일상 브이로그 스물여덟 번째입니다." 내 목소리에는 더 이상 열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카메라를 향해 억지 미소를 지으며 오늘의 면접 준비 과정을 설명했다. 파란 셔츠 깃을 매만지는 손가락이 떨리는 것까지 고화질로 담겼다.

면접장소로 향하는 지하철에서도 카메라는 계속 돌아갔다.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이제는 무감각해졌다. '콘텐츠'라는 명목 하에 내 일상을 낱낱이 까발리는 것에 익숙해진 지 오래였다. 지하철 창문에 비친 내 모습은 유튜버라기보다 초라한 취준생 그 자체였다.

면접장 앞, 카메라를 끄려던 순간이었다. "혹시 '취준일기' 채널 운영하시는 분 아니신가요?" 뒤에서 들려온, 생소하면서도 왠지 귀에 익은 목소리에 돌아봤다. 양복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남자가 웃고 있었다. "면접관 김준호입니다. 어제 밤에 선생님 채널 영상 모두 봤어요.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황당함에 말문이 막혔다. 내 영상을 본 사람이 있다니. 그것도 오늘 면접관이라니. 면접장으로 들어가는 내내 현실감이 없었다. 테이블 위에는 내 이력서와 함께 놓인 태블릿에 내 유튜브 채널이 열려 있었다.

"지원자님의 영상을 보면서 느꼈습니다. 우리 회사가 원하는 것은 바로 이런 투명성과 진정성입니다. 특히 실패 경험을 솔직하게 공유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면접은 예상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내 영상에 담긴 취업 준비 과정과 실패 경험, 그리고 그 속에서 배운 교훈들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내가 수십 번 되뇌었던 모범답안 대신, 카메라 앞에서 했던 솔직한 고백들을 그대로 말했다.

일주일 후, 합격 통보를 받았다. 더 놀라운 건 내 채널의 구독자가 500명을 넘었다는 사실이었다. 면접관이 회사 커뮤니티에 내 채널을 공유한 것이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영상의 댓글에는 응원과 감사의 메시지들이 가득했다.

이제 나는 마케팅 회사의 직원이자, '취업성공 브이로그'를 운영하는 유튜버다. 카메라를 다시 켠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제가 어떻게 유튜브 덕분에 취업에 성공했는지 이야기해볼게요." 세상에 보여주기 위해 연기했던 가면이, 어느새 나를 현실에서 구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