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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직장

자매의 직장: 우리가 나눈 운명의 거울

유리벽 너머로 보이는 건 언제나 내 얼굴을 닮은 그녀였다. 내 동생, 내 자매, 그리고 이제는 내 직장 동료. 세현이는 오늘도 유리벽 저편에서 완벽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보다 세 살 어린 동생이 같은 회사에, 그것도 내 바로 옆 부서에 입사한 지 벌써 6개월. 사람들은 우리를 보며 '쌍둥이 아니냐'고 묻곤 했지만, 우리 사이엔 보이지 않는 3년의 강이 흐르고 있었다.

"언니, 나 오늘 팀장님께 칭찬받았어. 내 기획안이 최종 프로젝트로 선정됐대."

커피머신 앞에서 마주친 세현이의 목소리에는 뿌듯함이 묻어났다. 나는 무심코 커피잔을 꽉 쥐었다. 뜨거움보다 더 먼저 느껴진 건 가슴 한켠의 묵직한 감정이었다. 내가 3년간 도전했지만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한 일이었다.

"축하해. 역시 우리 세현이는 다르네."

억지웃음을 지으며 자리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내 책상에는 세 번이나 반려된 기획안이 모니터 화면을 채우고 있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가을비가 유리창을 타고 흘러내렸다. 마치 내 마음처럼.

퇴근 시간, 우산을 나눠 쓰며 걷는 우리의 모습이 건물 유리창에 비쳤다. 똑같은 키, 비슷한 얼굴, 같은 회사 명찰. 마치 복제된 인생처럼 보였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나 달랐다. 세현이는 항상 앞으로만 나아갔고, 나는 항상 그 뒤에서 숨을 고르고 있었다.

"언니, 사실... 팀장님이 언니 부서로 이동하는 거 어떻겠냐고 제안하셨어."

빗소리 사이로 들려온 말에 걸음을 멈췄다. 이제 내 부서에까지 오겠다고? 마지막 남은 내 영역마저?

"난 언니랑 같이 일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고민 중이야."

세현이의 눈에는 순수한 기대감이 있었다. 그 눈을 보며 문득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세현이가 처음 글씨를 쓰려 할 때, 내가 손을 잡아주었던 기억. 세현이의 첫 자전거 타기를 내가 뒤에서 받쳐주었던 순간. 항상 내가 먼저였고, 세현이는 뒤를 따랐다.

그날 밤, 오래된 가족 앨범을 펼쳤다. 어린 시절 사진들 속에서 나는 항상 팔을 벌려 세현이를 안고 있었다. 언제부터였을까, 내가 동생의 성장을 축하하는 대신 시기하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 나는 '자매'가 아닌 '경쟁자'의 눈으로 세현이를 보기 시작했을까.

다음 날 아침, 먼저 회사에 도착한 나는 세현이의 책상으로 향했다. 그리고 내 기획안 파일을 그녀의 컴퓨터에 옮겼다. 세현이라면 내가 3번이나 실패한 이 기획을 살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파일명은 '함께_프로젝트'로 바꿨다.

회사 로비의 커다란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이 웃고 있었다. 누군가를 밀어내는 대신, 처음으로 내가 먼저 손을 내밀어본 아침이었다. 어쩌면 우리는 서로의 경쟁자가 아닌, 가장 완벽한 팀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자매이기에, 우리는 서로의 부족함을 가장 잘 채울 수 있는 사람들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