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남편: 웃음 뒤에 숨겨진 진실
그날 밤 남편은 또 농담을 던졌고, 나는 일곱 번째로 같은 웃음을 지었다. 우리 결혼생활의 묘미라면 단연 그의 유머 감각이었다. 우리 동네에선 '재밌는 남편'으로 통하는 김현우. 모임에선 항상 그가 분위기 메이커였고, 친구들은 내가 얼마나 행운아인지 입에 침이 마르도록 말했다. 매일 웃음이 끊이지 않는 집, 웃음소리가 담벼락을 타고 이웃집까지 들릴 정도였으니까.
"여보, 내 넥타이 좀 봐. 이거 색깔이 안 어울려?" 아침마다 그는 코미디언처럼 넥타이를 머리에 두르고 춤을 추며 물었다. 나는 일상이 된 그 장면에 미소 지었다. 그의 웃음소리는 따뜻한 아메리카노처럼 쓰지만 달콤했고, 주름진 눈가는 햇살에 반짝였다.
그날은 우리 결혼 7주년이었다. 평소처럼 그는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귀가했다. "오늘 특별한 선물이 있어." 그가 내민 것은 조그만 상자였다. 열어보니 하트 모양 열쇠고리였다. "우리 집 열쇠랑 같이 쓰라고. 내 심장의 열쇠니까." 그 말에 웃음이 터졌다. 그의 유머는 늘 이런 식이었다.
저녁을 먹으며 그는 회사 이야기를 했다. 웃음이 끊이지 않았지만, 문득 그의 눈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다. 웃고 있는데 눈은 웃지 않는 것 같았다. 7년 동안 매일 보아온 얼굴인데 오늘따라 낯설었다.
"여보, 괜찮아?" 내가 물었다.
"당연하지! 인생이 이렇게 재밌는데 뭐가 안 괜찮겠어?" 그가 웃으며 답했지만, 그 웃음소리가 어쩐지 공허하게 들렸다.
아이가 잠든 후, 서재에서 일하던 그에게 커피를 가져다주며 조심스레 물었다. "요즘 뭔가 있는 것 같은데... 말해줘."
그제서야 그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난 그냥... 모두를 웃게 만들어야 할 것 같아서." 그의 손이 떨렸다. "아버지는 항상 말씀하셨어. '웃음이 없는 집은 집이 아니다'라고. 난 그 말을 너무 믿었나 봐."
그날 밤 처음으로 남편의 진짜 얼굴을 보았다. 웃음 뒤에 숨겨진 외로움, 불안, 두려움까지. 그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데 너무 익숙해져 있었다. 코미디언처럼 다른 이들을 웃게 만들면서, 정작 본인의 슬픔은 철저히 가려왔던 것이다.
다음 날 아침, 그는 여전히 넥타이를 머리에 두르고 나타났다. 하지만 이번에는 웃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내 눈을 바라봤다. 그리고 나는 처음으로 진심으로 웃었다. 그날 이후 우리 집에는 가짜 웃음보다 진짜 침묵이 더 많아졌지만, 이상하게도 더 따뜻했다. 때로는 가장 재밌는 남편이 진정으로 자신을 보여줄 때 비로소 진짜 사랑이 시작된다는 것을, 우리는 7년 만에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