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취업: 웃음이 이력서를 대신할 때
면접장 문을 열자 책상 위에 바나나 껍질이 놓여있었다. 그것도 정확히 면접자 의자 앞에. 나는 잠시 멈칫했다. 이게 함정인지, 테스트인지, 아니면 그저 누군가의 아침 식사 흔적인지 알 수 없었다.
"들어오세요, 김민수 씨." 면접관의 목소리는 놀랍도록 진지했다. 그의 표정에서는 바나나 껍질의 존재를 인정하는 어떤 표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나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조심스럽게 의자 쪽으로 다가갔다. 방 안에는 레몬향 방향제와 종이 냄새, 그리고 긴장감이 뒤섞여 있었다. 내 손바닥에서는 땀이 흘렀고, 왼쪽 눈 밑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느꼈다.
"지원자님의 이력서를 보니 '유머 감각'을 장점으로 적으셨더군요."
바나나 껍질을 보며 내 안에서 무언가가 '딸깍' 하고 연결되었다. 그들은 내 웃음 센스를 시험하고 있었다. 나는 결단을 내렸다.
일부러 바나나 껍질을 밟고 과장되게 넘어지면서 서류가방을 공중으로 던졌다. 서류들이 폭죽처럼 사방으로 흩어지는 동안, 나는 넘어진 자세에서 재빠르게 명함을 꺼내 건넸다.
"김민수입니다. 때로는 넘어져야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5초간의 침묵이 흘렀다. 면접관들의 얼굴에는 어떤 표정도 없었다. 내 심장이 귓가에서 쿵쾅거렸다. '망했다'라는 생각이 뇌를 가득 채웠다.
그때 맨 오른쪽 면접관부터 미소가 번졌고, 곧이어 폭소가 터졌다. 웃음은 전염병처럼 옆 사람에게 퍼져 결국 모든 면접관이 웃고 있었다.
"10년간 이 회사에서 면접을 보면서 처음 보는 반응입니다. 저희가 찾던 바로 그 사람이군요."
다음 날, 나는 입사 통보를 받았다. 해당 직책은 '창의적 위기 관리자'. 이후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들은 실제로 20명의 지원자에게 동일한 바나나 껍질 상황을 제시했고, 19명은 모두 조심스럽게 피해갔다고 한다.
요즘 SNS에서는 #바나나면접 해시태그가 트렌드다. 취업 준비생들이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할지 연습하는 영상들이 넘쳐난다. 어떤 이들은 내 사례를 '무모하다'고 비판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진정한 취업의 비결은 자격증도, 스펙도 아닌, 진짜 자신을 보여줄 용기라는 것을.
오늘도 회사 데스크에 놓인 바나나를 베어 물며 생각한다. 인생에서 가장 재밌는 순간들은 항상 위험과 기회의 경계에 서 있을 때 찾아온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