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간식의 미학
회사 냉장고 앞에 서서 내 손이 멈칫했다. 그곳에 붙어있던 노란 포스트잇이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냉장고 속 모든 간식은 금요일까지 비워주세요. - 경영지원팀"
오늘은 수요일. 나는 냉장고 깊숙한 곳에서 내 이름이 적힌 투명 용기를 꺼냈다. 두 달 전 어머니가 보내주신 수제 잼이었다. 한 번도 열어보지 않은 채 잊고 있었다. 뚜껑을 열자 달콤한 딸기향이 사무실 공기를 가르며 퍼져나갔다.
"와, 뭐 그렇게 맛있는 거 먹어요?" 옆자리 신입사원 지현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물었다. 나는 무심코 그녀에게 잼을 건넸고, 그녀는 작은 티스푼으로 한 입 맛보더니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거... 정말 맛있어요! 직접 만드신 거예요?"
그렇게 시작된 대화는 점심시간까지 이어졌다. 지현은 제과제빵을 취미로 한다고 했다. 다음 날, 그녀는 직접 구운 쿠키를 가져왔고, 우리는 서로의 간식을 나누며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삼 년 차 직장인인 나의 조언과 일 년 차 신입사원 지현의 신선한 시각이 오가는 사이, 우리 사이엔 어느새 벽이 허물어져 있었다.
금요일, 냉장고 대청소 날이 되자 마케팅팀 김 과장이 홍차를 끓였고, 영업팀 박 대리는 어제 클라이언트에게 받은 고급 과자 세트를 꺼냈다. 디자인팀 이 주임은 남편이 해외출장에서 가져온 초콜릿을 풀었다. 냉장고를 비우라는 공지가 직원들의 숨겨진 간식들을 모두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회의실 테이블은 다양한 간식으로 가득 찼고, 팀 간 벽을 넘어 대화가 오갔다. 서로 다른 부서의 사람들이 각자의 간식에 얽힌 이야기를 나누며 웃음꽃이 피었다. 평소 말 한 마디 나누지 않던 IT팀 최 팀장도 어린 시절 추억이 담긴 전통과자 이야기로 분위기를 띄웠다.
월요일, 경영지원팀에서 새로운 공지가 내려왔다. "매주 금요일 오후 4시, 간식 나눔의 시간을 갖겠습니다." 직원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냉장고를 들여다보던 그날, 나는 몰랐다. 단순한 간식 하나가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때로는 거창한 팀빌딩 활동보다, 작은 쿠키 한 조각이 더 단단한 연결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딱딱한 회의실 테이블 위에서 녹아내리는 초콜릿처럼, 우리의 관계도 그렇게 부드럽게 변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