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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남사친

직장 안의 남사친: 선 넘지 않는 경계선

그의 웃음 소리가 사무실을 가로질러 내 책상까지 날아올 때마다, 내 심장은 불필요한 박동을 하나씩 추가했다. 이건 직장 내 연애가 아니라고, 난 매일 아침 거울 속 내 자신에게 다짐했다. 민수는 그저 '남사친'일 뿐이었다. 우리 회사에서 유일하게 내 농담에 웃어주는 사람. 점심 시간에 자연스럽게 내 옆자리를 차지하는 사람. 퇴근길에 우연히 같은 방향이라며 함께 걷자고 제안하는 사람.

"서현씨, 이거 확인해줄래요?" 민수의 목소리에 화면에 집중하던 시선을 들었다. 그가 들고 온 서류를 받는 순간, 우리 손가락이 스쳤고, 그 찰나의 접촉이 사무실의 형광등보다 더 강렬하게 번쩍였다. 형식적인 미소로 감정을 숨기며 서류를 살폈다. 글자들은 춤을 추듯 흐릿했다.

"오늘 회식 오죠?" 그가 물었다. 회식. 직장인의 또 다른 전쟁터. 술기운에 무너지는 경계선들의 놀이터. "글쎄요, 보고서 마감이 있어서..."

그날 저녁, 결국 나는 회식장에 있었다. 팀장님의 강요라 핑계를 댔지만, 사실은 민수가 "서현씨 없으면 재미없을 것 같아요"라고 한 말 때문이었다. 소주 한 잔이 두 잔이 되고, 세 잔이 되었다. 테이블 아래에서 우리의 무릎이 우연히 닿았을 때,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나도.

"남사친이라고 부르지 마세요." 귀가하는 택시 안에서 그가 갑자기 말했다. 창밖으로 서울의 밤 풍경이 빠르게 지나갔다. "뭐라고요?" 술기운에 붉어진 내 얼굴이 더 뜨거워졌다.

"남사친이라고 부르면서 선을 긋는 거, 알아요. 하지만 우리 둘 다 알잖아요. 이건 그냥 친구 사이가 아니라는 거." 그의 목소리는 낮고 진지했다. 택시의 좁은 공간이 갑자기 더 비좁아진 것 같았다.

다음 날 아침, 나는 평소보다 일찍 사무실에 도착했다. 책상 위에는 어제의 일을 증명하듯 아스피린과 함께 놓인 메모 한 장. 민수의 글씨체였다. '오늘 점심, 따로 얘기해요.'

회사 규정집을 열었다. 직장 내 연애에 관한 조항을 찾았다. 금지는 아니지만, '권장하지 않음'. 창밖으로 봄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직장과 사랑 사이, 남사친과 연인 사이, 그 모호한 경계에서 나는 잠시 서 있었다. 우산을 챙기지 않은 것을 깨달았을 때, 메신저 알림이 울렸다.

'비 온대요. 우산 두 개 가져왔어요. 선택은 서현씨 몫입니다.'

민수의 메시지를 읽으며 웃음이 나왔다. 어쩌면 직장에서의 남사친은 우산과 같은 존재인지도 모른다. 필요할 때 함께 쓰고, 그렇지 않을 때는 접어둘 수 있는. 하지만 오늘만큼은, 나는 그와 같은 우산 아래 서기로 했다. 경계선은 이미 흐려지고 있었고, 그것이 꼭 나쁜 일만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