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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남친

직장에서 온 남친: 우연의 법칙

내 직장 책상 위에 예약받은 적 없는 꽃다발이 놓여있었다. 한여름 아스팔트처럼 뜨겁던 사무실 공기가 갑자기 선선해진 듯했다. 보랏빛 프리지아 향기가 코끝을 간질였다. 작은 카드에는 낯익은 필체로 '오늘 저녁 7시,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 카페에서'라고 적혀 있었다. 내 남친 서진이의 글씨체였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서진이는 내 직장 위치를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서진이를 처음 만난 건 두 달 전, 엘리베이터에서였다. 소개팅이나 앱이 아닌, 순수한 우연의 만남이었다는 게 자랑스러웠다. 나는 그에게 내가 어디서 일하는지 말하지 않았다. 대기업 마케팅팀 직원이라는 사실이 우리 관계에 불필요한 편견을 만들까 우려됐다. 그저 '사무직'이라고만 말했을 뿐. 그는 IT 스타트업에서 개발자로 일한다고 했다.

동료들은 꽃다발을 누가 보냈냐며 키득거렸다. 나는 미소로 넘기고 업무에 집중했지만, 머릿속은 온통 의문으로 가득했다. 점심시간, 사내 메신저에 모르는 번호에서 메시지가 왔다.

"꽃, 마음에 들었어요?"

서진이었다. 어떻게 내 사내 메신저 계정을 알았지? 순간 등줄기로 서늘함이 흘렀다. 내 직장 정보를 찾아내는 노력까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회사 내부 시스템에 접근한다는 건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어떻게 여기로 연락한 거야?" 떨리는 손으로 타이핑했다.

"놀랐어? 사실..." 그의 답장이 멈추고, 갑자기 내 모니터가 깜빡였다. 화면이 다시 켜지자 모든 창이 닫히고 한 문서만 열렸다. '신입사원 교육 자료: 서버 보안의 중요성'

사무실 문이 열리고 IT팀 김 부장님이 들어왔다. "최 대리, 신입사원 교육 준비 다 됐나?"

나는 혼란스러웠다. "네? 제가 교육을...?"

"오늘부터 IT보안팀에서 파견 온 신입 직원 교육 담당이잖아. 아까 메일 안 받았어?"

그 순간 문이 다시 열리고 서진이가 들어왔다. 정장 차림에 사원증을 목에 걸고 있었다. 그의 사원증에는 '서진우, IT보안팀'이라고 적혀 있었다.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함께 일하게 된 서진우입니다." 그가 모두에게 인사한 후 내게 윙크했다.

그날 밤, 우리가 처음 만난 카페에서 서진이는 모든 것을 설명했다. 그는 정말 IT 스타트업에서 일했지만, 우리 회사의 보안 시스템을 개선하는 프로젝트를 맡아 한 달 전부터 준비 중이었다. 엘리베이터에서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었다. 그는 내가 보안 취약점을 가진 부서에서 일한다는 걸 알고 접근했던 것이다.

"미안해. 처음엔 프로젝트 때문이었는데, 진짜로 널 좋아하게 됐어." 그의 눈은 진심으로 가득했다.

나는 배신감과 낭만 사이에서 갈등했다. 직장과 남친의 경계가 무너진 이 상황이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의 진짜 시작은 지금부터일지도 모른다. 때로는 가장 계산된 만남이 가장 예측할 수 없는 감정을 만들어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