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의 뉴진스: 변화의 시작
오전 8시 27분, 박상우는 자신의 회식 영상이 회사 전체 메신저에 공유된 순간 모니터 앞에서 굳어버렸다. 그것도 뉴진스의 'Hype Boy'에 맞춰 춤을 추는 영상이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15년 차 중견 회계사로서 그가 쌓아온 철벽같은 진지함은 3분 12초의 영상 속에서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박 과장님, 몰랐어요. 이런 재능이..." 옆자리 신입사원의 눈이 반짝였다. 그의 귓가에 사무실의 웃음소리가 물결처럼 밀려왔다. 냉랭하던 사무실 공기가 미묘하게 달라지는 느낌이었다.
그는 15년간 한 번도 자신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 감정을 숨기고, 의견을 삼키고,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생존 전략이었다. 하지만 어제 회식에서 세 잔의 소주가 그의 방어막을 무너뜨렸다. 팀원들이 K-POP 댄스 챌린지를 제안했을 때, 평소라면 고개를 저었을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춘기 딸이 매일 들려주던 뉴진스의 노래가 흘러나오자, 그의 몸이 먼저 반응했다.
화장실에 숨어 머리를 감싸쥐고 있을 때,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박 과장님, 대표님이 찾으세요." 심장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대표실에 들어서자 박상우는 각오를 다졌다. 품위를 손상시켰다는 질책, 어쩌면 보직 변경까지 예상했다. 하지만 대표는 책상 위 태블릿을 가리키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상우 씨, 이거 봤어? 우리 회사 소셜미디어 계정 팔로워가 어제보다 3천 명 증가했어. 당신의 영상 덕분이야."
대표는 그의 영상에 달린 댓글들을 보여주었다. "이런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 "진짜 사람 사는 회사같네요", "회계사도 저렇게 즐길 수 있다니!"
"우리 회사가 요즘 젊은 인재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잖아. 상우 씨의 영상이 우리 기업 문화를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어." 대표는 태블릿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다음 주부터 MZ세대 친화적 기업문화 개선 TF팀을 만들려고 하는데, 팀장을 맡아줄 수 있겠나?"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 박상우의 발걸음은 15년 만에 처음으로 가벼웠다. 회사 복도를 지나며 그는 자신을 향해 미소 짓는 얼굴들을 마주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그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했던, 혹은 딱딱한 회계사로만 여겼던 사람들이었다.
자리에 앉아 그는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자신의 영상을 다시 봤다. 뻣뻣하지만 리듬감 있게 움직이는 정장 차림의 중년 남성. 그 영상 속에서 그는 자신이 잊고 있던 무언가를 발견했다. 숨겨왔던 자신의 진짜 모습, 그리고 그것을 드러냈을 때 찾아오는 예상치 못한 기회를.
새로운 이메일 알림이 울렸다. 인사팀에서 보낸 TF팀 관련 메일이었다. 제목은 단 한 줄. "뉴진스(New Genesis) 프로젝트: 당신이 우리의 변화입니다." 박상우는 미소를 지으며 답장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