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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대표님

직장 안의 대표님: 투명 인간의 숨은 이야기

대표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은 금요일 오후 3시 27분 전사 메일로 전해졌다. 나는 그때 공용 프린터 앞에서 회의 자료를 출력하던 중이었다. 모니터에 뜬 메일을 본 순간, 어쩐지 사무실이 갑자기 조용해진 것 같았다. 하지만 실상은 그 전과 다를 바 없었다.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 휴대폰 알림음, 누군가의 희미한 한숨까지, 일상은 평소와 같이 흘러갔다.

대표님을 본 적이 없었다. 지난 3년간 이 회사에서 일하면서도, 그는 1층 로비의 초상화 속 인물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제 그 인물마저 사라진다니. 13층 창문으로 내다본 하늘은 그저 맑고 푸르렀다. 누군가의 부재를 슬퍼하기엔 너무나 반짝이는 날이었다.

이상하게도 사내 분위기는 달라지지 않았다. 다음 주 월요일, 플래카드 하나가 로비에 걸렸다. "창립자를 추모합니다." 그 아래로 직원들은 여전히 카드키를 찍고 분주히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나도 그중 하나였다.

3일 후 장례식이 있었다. 참석은 자율이라 했지만, 팀장의 눈빛은 '참석하는 게 좋을 거야'라고 말하고 있었다. 검은 정장을 입고 빈소에 들어서니 생전 처음 보는 얼굴들 사이에 우리 회사 사람들이 서 있었다. 영정 사진 속 대표님은 내가 아는 초상화보다 훨씬 젊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우리가 알던 그 초상화는 최소 30년 전 모습이었다.

"직원이신가요?"

노부인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부서에요?"

"마케팅 3팀입니다. 3년 차 됐습니다."

노부인은 미소지었다. "남편이 항상 말했어요. 직원들이 회사의 심장이라고."

그날 밤, 회사 근처 술집에 모인 동료들은 대표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10년 차 과장님도, 7년 차 선임도, 아무도 대표님을 직접 만난 적이 없었다. 그는 15년 전부터 병상에 누워있었다는 것이다. 회사를 운영한 건 실질적으로 그의 아들, 현 부사장이었다.

우린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의 부재를 애도하고 있었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가슴 한편이 묘하게 아려왔다. 내가 3년간 매일 출근한 이 직장은 결국 한 사람의 꿈이었고, 그 꿈을 꾼 사람은 내가 입사할 때쯤 이미 의식도 희미한 상태였다.

다음 날, 로비의 초상화가 내려졌다. 그 자리에는 새 초상화가 걸렸다. 젊은 얼굴, 부사장... 아니, 이제는 새 대표님이었다. 엘리베이터로 향하던 내 발걸음이 문득 멈췄다. 초상화 속 인물이 나를 바라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사무실로 돌아오니 책상 위에 작은 카드가 놓여 있었다. "앞으로 함께 꿈을 이어나가요. - 신임 대표 드림"

창밖을 바라보니 맑은 하늘이 여전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어쩌면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꿈 속에서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한 번도 보지 못한 대표님의 꿈처럼, 나의 존재도 누군가에게는 단지 초상화 속 얼굴에 불과할지도. 키보드를 두드리며 생각했다. 오늘부터 나는 누구의 꿈을 위해 일하게 될까?